김동연 "경제위기 아닌 정치적 의사결정의 위기"

조선일보
  • 정우상 기자
    입력 2018.11.08 03:00

    국회서 정부 최고위층 경제정책 결정과정 겨냥 작심발언
    靑, 김 부총리 주말 경질… 후임에 홍남기 국조실장 유력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문재인 대통령이 이르면 이번 주말 김동연〈사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임을 지명할 것으로 7일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김 부총리는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경제가 지금 위기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지만, 어떻게 보면 경제에 관한 '정치적 의사결정'의 위기인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현재 경제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자유한국당 이장우 의원의 지적에 대해 "위기의식을 가져야 할 때"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경제부총리가 '정치적 의사 결정의 위기'를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김 부총리의 이날 발언은 평소 이견을 보여온 청와대 장하성 정책실장에 대한 비판을 넘어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현 정부 최고위층의 경제정책 결정 과정을 정면으로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와 민주당에서는 "김 부총리가 경제가 아닌 정치를 생각하는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청와대는 김 부총리 후임 인사를 서두르고 있다. 신임 경제부총리 후보로는 홍남기 현 국무조정실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홍 실장이 실제 경제 부총리로 지명될 경우 공석(空席)이 되는 국무조정실장을 포함한 소폭 개각도 함께 할 계획이다. 다만 임종룡,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 등 다른 후보자가 지명되면 부총리 교체로만 그칠 수 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김현미 국토교통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등 정치인 출신 장관들은 이번 개각 대상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김 부총리 교체 이후 장하성 정책실장도 교체할 것으로 알려졌다. 후임으로는 김수현 사회수석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진보 성향의 경제학자가 발탁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그동안 되돌릴 수 없을 만큼 사이가 벌어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김 부총리가 현 정부 경제 정책과 엇박자를 내는 '소신 발언'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청와대와의 거리가 점점 멀어졌다는 것이다.

    김 부총리는 경제 상황에 대한 진단과 해법을 놓고 청와대 장하성 정책실장과 공개적으로 여러 차례 부딪혔다. 지난 6일 장하성 실장이 소득 주도 성장의 당위성을 강조하며 "경제 위기는 과장" "내년에 경제 성과를 체감할 것"이라고 했지만, 김 부총리는 "그것은 정책실장의 희망"이라고 반박했다. 본인은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김 부총리는 또 현 경제 상황에 대해 "투자와 고용 측면에서는 어려움이 있다. 국제 상황을 봤을 때 대외 리스크 관리 하방 위험(경기가 하락할 위험)이 확대되고 있다"며 청와대와 다른 진단을 했다.

    김 부총리와 장 실장은 그전에도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 등의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두 사람의 갈등이 언론에 알려진 후 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직(職)을 걸라"고 경고했을 정도다. 문 대통령은 당시 "청와대와 정부의 경제팀 모두가 '완벽한 팀워크'로 고용 상황에 정부가 최선을 다한다는 믿음을 주라"고 했다. 그러나 그 이후로도 두 사람의 이견은 계속됐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싸우지 말라'고 한 날까지 두 사람이 다른 얘기를 했다"며 "이런 사례들이 교체 사유가 됐을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일부 참모진은 "경제 관료 출신인 김 부총리가 정치인처럼 행동하는 것은 문제"라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부총리의 의도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지만 김 부총리 거취가 행정의 영역에서 자꾸 정치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김 부총리가 경제가 아닌 정치를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청와대는 김 부총리에 이어 장하성 실장도 교체할 것으로 알려졌다. 장 실장 후임은 경제부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청문 절차가 끝난 뒤 시간을 두고 순차 임명해 '2기 경제 투톱' 체제를 출범시킨다는 구상이다.

    여권에서는 장 실장 후임을 부총리와 시간을 두고 발표하는 것 또한 김 부총리에 대한 책임을 먼저 묻는다는 메시지가 들어 있다고 전했다.

    후임 청와대 정책실장 후보로는 김수현 사회수석을 포함해 여러 명의 인사가 검토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김수현 수석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지만, 여권 내부에 '김수현 비토론'도 만만치 않다. 김 수석이 담당했던 탈원전과 부동산 정책을 최근 윤종원 경제수석에게 이관한 것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김수현 정책실장'을 염두에 두고 업무 조정을 한 것은 아니다"라며 "정책실장 인사는 경제부총리와의 팀워크 등 여러 요소가 고려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내부에선 윤종원 경제수석과 정태호 일자리수석 등도 정책실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경제부총리로 지명되면 진보적 성향의 경제학자를 정책실장에 발탁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청와대는 최근 두 정책 총괄 책임을 윤종원 경제수석에게 이관키로 했다.

    이번 경제부총리 교체는 상황에 따라 소폭 개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경제부총리로 지명되면 후임을 임명해야 하고 이에 따른 일부 연쇄 인사가 예상된다. 그러나 김부겸, 김현미, 김영춘 장관 등 국회 출신 장관들은 이번에는 교체하지 않기로 했다.

    여권 관계자는 "아직 총선을 고려한 인사를 하기에는 시기적으로 이른 것 같고 지방 분권, 부동산 등 해당 장관들에게도 현안이 산적해 있다"고 했다. 이들의 교체 시기는 내년 초나 총선을 1년 앞둔 4월로 검토되고 있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등은 지난 8월 임명됐기 때문에 아직 개각 대상이 아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