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특별재판부 설치는 위헌 소지" 여당에 정면반박

조선일보
  • 조백건 기자
    입력 2018.11.08 03:00

    여권이 '재판거래 의혹 전담 재판부' 법안 추진하자 문제점 지적
    "사건 배당은 사법부 권한, 국회 개입은 독립권 침해로 볼 수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해온 '특별재판부 설치법'에 대해 대법원이 "위헌 및 사법권 독립 침해 소지가 있다"는 공식 의견을 국회에 제출한 것으로 7일 확인됐다.

    이 법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청와대와 '재판 거래'를 하려 했다는 의혹 등을 전담할 특별재판부와 특별영장판사를 두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도 지난달 28일 "(특별재판부 도입은) 사법농단 사건의 용의자, 피의자인 법관이 공정한 재판을 하기 어렵다는 합리적 의심에 기초한다"며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정부·여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법안을 대법원이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대법원이 이 사안에 대해 공식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대법원은 이날 자유한국당 윤한홍 의원에게 '사법농단 의혹 사건 재판을 위한 특별형사절차 법률안(案)에 대한 검토 의견'을 제출했다. A4 용지 10쪽짜리 검토 의견서에서 대법원은 민주당 박주민 의원 등 56명의 국회의원이 지난 8월 발의한 이 법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대법원은 "이 법률안의 특별영장전담법관, 특별재판부는 헌법상 근거가 없다"며 "적어도 사건 배당만큼은 (법원의) 사법행정 내부의 일이라는 것이 세계 표준이므로, 특정 사건 배당에 국회와 대한변호사협회 등이 개입하는 것은 사법권 독립의 침해로 볼 여지가 있다"고 했다.

    이 법률안은 9명의 추천위원이 특별재판부 판사 3명을 대법원장에게 추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추천위원 중 3명을 대한변협이 지명하게 돼 있다. 사건을 어느 판사에게 배당할지는 사법부 고유 권한으로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데, 외부 기관인 대한변협이 이 과정에 개입하도록 국회가 강제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크다는 뜻이다. 헌법에는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명시돼 있다.

    대법원은 또 "특별재판부 설치는 현실적 문제점도 있다"며 "피고인들이 특별재판부 구성의 위헌성을 문제 삼아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는 경우에는 관련법에 따라 재판이 정지되는 등 원활히 진행되지 못하고 재판의 공정성, 신뢰도가 저하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이 법률안이 선례가 되면 앞으로 정치·사회적으로 논란이 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특별재판부 설치를 요구하는 사례가 빈번할 것으로 예상돼 재판 독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대법원은 이 법이 '양승태 행정처' 관련 의혹으로 재판받는 피고인은 무조건 국민참여재판을 받도록 한 부분도 위헌성이 있다고 밝혔다. "피고인은 국민참여재판을 포기하고, 법관들만 판단하는 재판을 받을 권리(헌법 제27조1항)가 있는 만큼 이를 침해하는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법이 '양승태 행정처'에서 근무했거나, 양 전 대법원장이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한 대법관은 특별재판부 판사가 될 수 없게 하는 등 5가지 제척(除斥) 조건을 둔 부분도 문제로 지적했다. 대법원은 "현재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임명 제청했던 대법관은 8명"이라며 "나머지 6명으로는 (이 사건 3심을 담당할 가능성이 있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구성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전원합의체는 대법원장과 대법관 총 14명 중 9명 이상이 있어야 구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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