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령 쫓는 사제에 '심쿵'

조선일보
  • 백수진 기자
    입력 2018.11.08 08:00

    '손 the guest' 김재욱

    귀신을 쫓는 사제의 묵직한 목소리가 바닷속에서 울린다. "주 예수 그리스도님과 마리아님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너희 지옥의 악령들아. 다시는 여기에 나타나서 우리를 유혹하거나 해치지 마라." 배우 김재욱(35)이 악귀를 따라 바다에 들어가 수중 구마(驅魔) 의식을 치르는 장면은 OCN 드라마 '손 the guest'의 최고 명장면으로 꼽힌다. 그의 마지막 구마에 시청률도 자체 최고 기록인 4.1%까지 올랐다.

    김재욱은“커피프린스에 출연했던 김동욱과 11년 만에 다시 만났다. 아저씨 같이 들리겠지만‘인 생 참 재밌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했다.
    김재욱은“커피프린스에 출연했던 김동욱과 11년 만에 다시 만났다. 아저씨 같이 들리겠지만‘인 생 참 재밌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했다. /숲엔터테인먼트
    마른 몸에 새하얀 피부, 나른한 눈빛. 늘 '퇴폐미'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던 김재욱이 검은 사제복을 입었다. 악귀에 씐 친형이 부모를 살해하면서 구마 사제의 길을 걷게 된 비극적 인물을 연기했다. 전작 OCN 드라마 '보이스'에서 사이코패스 역할로 섬뜩한 연기를 펼친 데 이어, 이번엔 목숨을 위협하는 공포 속에서도 신념을 지키는 사제 역을 소화해냈다. '사제복마저 섹시하다'는 반응은 덤이었다. 덩달아 그가 손목에 감고 나온 장미 묵주의 판매량까지 급증했다.

    구마 사제라는 낯선 역할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이 깊었다. 7일 만난 김재욱은 "구마 의식에 관한 세미나를 보러 필리핀까지 갔다"면서 "이론부터 재현 의식까지 지켜보면서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원래도 낮은 목소리가 더 잠겨 있었다. "어두운 공기에 짓눌려 있다 보니 체력이 점점 약해지다가 한 달 전부터는 감기를 달고 살았어요. 함께 출연한 배우들과 같이 건강검진 받으러 가려고요(웃음)."

    사제복을 입고 악귀에 맞서는 장면.
    사제복을 입고 악귀에 맞서는 장면. /OCN
    MBC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2007)의 꽃미남 바리스타로 얼굴을 알렸다. 질끈 묶은 긴 머리에 검은 매니큐어를 바른 남자는 당시 파격이었다. 그는 "고집하려던 건 아니었는데 비슷한 역할을 맡으면서 장발 이미지가 강해졌다. 요즘엔 짧은 머리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특유의 서늘하고 어두운 분위기가 장르물과 만나며 그의 숨겨진 매력을 드러냈다. OCN '보이스'에서 지능적인 살인마 역할을 맡으며 연기 전환점을 맞았다. "제가 로맨스 드라마 찍을 땐 보지도 않던 친구들이 이번엔 다들 보고 재밌다고 하더라고요."

    케이블 채널, 평일 심야 시간대의 공포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큰 성과를 거뒀다. 김재욱은 "1·2회를 극장에서 시사했는데 스크린으로 봐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퀄리티가 좋았다. 음악이나 미술, 후반 작업의 힘이 완성도를 높였다"고 했다.

    드라마는 인간이 가진 '악(惡)'에 대한 윤리적 문제를 제기하며 호평을 받았다. 작품의 의미를 설명할 때 그는 진중한 사제가 빙의한 것 같았다. "인간이 본능적으로 갖게 되는 악한 감정에 틈이 생겼을 때 악령이 비집고 들어온다는 설정이거든요. 세상에서 완벽히 없앨 수 없는 '악'을 어떻게 다스릴지에 관한 이야기로 받아들여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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