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여성에 '예쁘다' 하니… '곱다'가 옳다더라"

입력 2018.11.08 03:00

한국학 30년 넘게 연구해 온 독일 후베·일본 하타노 교수
'세계한글작가대회'서 강연·대담

국제펜(PEN) 한국본부 주최로 9일까지 경주에서 열리는 '세계한글작가대회'에서 30년 넘게 한국학을 연구해 온 알브레히트 후베(Albrecht Huwe) 독일 본대학 명예교수와 하타노 세쓰코(波田野節子) 일본 니가타현립대학 명예교수가 7일 특별 강연을 했다.

후베 교수는 "한글은 음양오행설을 기초로 한 문자"라며 "음양이 끝없이 돌고 도는 원리가 한글에 들어 있다"고 풀이했다. 그는 1972년 한국어를 처음 배운 뒤 고전 소설 '구운몽'과 신소설 '혈의 누'를 독일어로 번역했고, 한글에 담긴 언어학과 철학을 탐구하더니 현재 '한글과 정보기술'을 주제로 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학을 연구해 온 하타노 세쓰코(왼쪽) 일본 니가타현립대 명예교수와 알브레히트 후베 독일 본대학 명예교수가 대담을 나눴다.
한국학을 연구해 온 하타노 세쓰코(왼쪽) 일본 니가타현립대 명예교수와 알브레히트 후베 독일 본대학 명예교수가 대담을 나눴다. /국제펜한국본부
하타노 교수는 국내 학계에서도 춘원 이광수 문학 전문가로 이름이 높다. 이광수 소설을 일본어로 번역했을 뿐 아니라 지난 2015년 일본에서 평전 '이광수-한국 근대 문학의 아버지'를 내기도 했다. 하타노 교수는 "이광수는 소설 '무정'을 통해 한글로 된 근대소설의 문체를 처음 만들면서도 독자층을 지식인으로 삼았기 때문에 민중을 의식하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그는 1919년 3·1운동 이후에서야 대중의 힘을 깨닫곤 대중 독자를 계몽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순한글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두 학자는 강연이 끝난 뒤 대담 형식으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지금껏 체험으로 느낀 한국어와 한글의 특징을 꼽았다. 후베 교수는 "처음 한국어를 배웠을 땐 이탈리아어처럼 모음을 많이 사용해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세종대왕은 한글을 창제할 때 모음이 음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한국어의 특성을 잘 파악했다"고 말했다. 하타노 교수는 "한글은 소리만 들어도 뜻을 알 수 있기 때문에 한글 소설은 낭독하기 좋은 문학"이라며 "한자를 많이 쓰는 일본 소설에선 느낄 수 없는 한글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광수는 1923년 발표한 소설 '가실'을 통해 소리 내 읽기만 해도 이해할 수 있도록 순수 한국어를 구사한 문체를 만들어냈다"고 언급했다.

후베 교수는 "남북한이 지난 4월 판문점에서 한글이 적힌 액자를 배경으로 정상회담을 했지만 남북한 언어는 30%가량 달라졌다"며 "과거 동서독 언어가 3% 차이만 났던 것에 비하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2002년 독일 국회의원들이 평양을 방문할 때 통역으로 참가해 남북한 언어생활의 차이를 실감했다"고 회상했다. "북한 여성을 보고 '예쁘다'고 했더니, 북한 안내원이 '그럴 땐 곱다'가 옳다고 지적했지만, 요즘 한국에서 남자가 아가씨에게 '곱다'라고 하면 더 이상하지 않은가. 할머니에게나 '참으로 곱다'고 하지 않는가."

하타노 교수는 "이광수는 의도적으로 대중소설을 쓴 작가였다"며 "그는 소설가라기보다 독립운동가였기 때문에 대중을 계몽하기 위해 일부러 한글로 평이한 소설로 썼는데, 그가 만든 한글 문체 덕분에 오늘날 한국 소설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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