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커스] 한국, 동북아 '경제 외톨이' 되나

입력 2018.11.08 03:13

세계 1·2위 외환 보유국인 日·中은 갈등 딛고 경제협력
우리는 美·日 통화 스와프 없어… 경제 위기 어떻게 대비할 건가

차학봉 산업1부장
차학봉 산업1부장
일본과 중국은 지난달 베이징에서 열린 정상회담을 통해 300억달러 규모의 통화 스와프(swap) 협정을 체결했다. 통화 스와프는 서로 다른 통화를 미리 약정된 환율에 따라 일정한 시점에 교환하는 외환 거래이다. 외환 보유액 세계 1·2위국인 중국과 일본이 경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서로 돕겠다고 손을 잡은 것이다. 일본은 7년 만에 열린 공식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이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 참여는 물론 제3국의 인프라 사업 공동 진출 등 다양한 경제협력 사업에 합의했다.

미국이 중국과 무역 전쟁을 벌이는 가운데, 미국의 가장 강력한 동맹이라고 강조해온 일본이 중국과 손잡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더구나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으로 촉발된 양국의 오랜 갈등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일본이 개헌을 통해 재무장을 추진하고 군사력을 강화하는 게 중국을 겨냥했다는 것은 이젠 비밀도 아니다. 일본 정부는 매년 발간하는 방위 백서를 통해 '중국 붕괴론'을 피력하고 있다. 일본 정치권과 지식인 사회에서 유행하는 시나리오는 소수민족, 빈부격차, 공산당 부패 등으로 체제에 균열이 생긴 중국이 센카쿠에서 국지전(局地戰)을 통해 내부 통합을 꾀한다는 내용이다.

중국으로서도 일본은 역사적으로 한·일 관계 못지않게 복잡하고 화해하기 어려운 국가이다. 그 대표 상징물이 중국 난징에 있는 대학살 기념관이다. 일본군이 1937년 난징을 침공하면서 6주일간 민간인 30만명을 학살한 것을 잊지 말자며 만든 기념관이다. 하지만 아베 신조 총리는 2015년 국회 답변에서 난징 대학살을 다룬 미국의 교과서에 대해 "아연실색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를 포함해 상당수 일본 우파 정치인들은 난징 대학살이 과장된 역사 날조라고 주장한다. 2005년과 2012년 중국의 주요 도시에서 반일(反日) 시위가 벌어지고 일본 기업이 불탄 것도 일본 정치인들의 과거사 부정이 결정적이었다. 지금도 영토 분쟁이 벌어지는 센카쿠에서는 양국의 함정과 전투기들이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도 양국 정상은 '경쟁에서 협조로' '위협이 아닌 파트너십 구축'을 선언하고 영토 갈등으로 중단됐던 통화 스와프를 5년 만에 재개했다. 양국의 협력은 '트럼프 리스크(risk·위험)'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 분야 동맹의 가치보다는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전통적 우방인 캐나다·일본·EU·한국에 무역 보복의 칼을 빼 들고 있다. 그래서 일본도, 중국도 새로운 안보·경제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이 적과도 '동침'을 불사하는 혼돈의 시대, 한국은 미래를 얼마나 준비하고 있는가. 중국과 일본이 통화 스와프 협정을 체결해 위기를 대비하고 있지만, 우리는 일본, 미국과 통화 스와프 협정을 맺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미국, 일본을 상대로 적극적으로 움직여 통화 스와프를 맺었고 결과적으로 이 통화 스와프가 외환 방파제 역할을 톡톡히 해 리먼 쇼크 위기를 어느 나라보다 빨리 탈출할 수 있었다.

정부는 외환 보유액이 충분하고 중국, 스위스, 캐나다 등과 통화 스와프 협정을 맺고 있기 때문에 위기 대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IMF 외환 위기 직전까지도 당시 정부는 OECD 가입이 마치 선진국이 된 보증수표인 양 들떴다.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면 미래는 없다. 미·중 전면 충돌, IT 버블론(論) 등으로 글로벌 증시에서 주가(株價)가 급등락하는 등 세계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이 역사 인식과 영토 분쟁이 초래한 구원(舊怨)에도 다시 손잡은 이유를 우리도 고민해야 한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