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식 증오·분열의 정치, 막 내리나

입력 2018.11.07 18:44 | 수정 2018.11.07 19:1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정 운영 전반에 경고등이 켜졌다. 6일(현지 시각)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 지위를 탈환, 지난 2년 간 이어져온 트럼프식 ‘일방통행 행정’이 어느 정도 저지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민주당은 선거 전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소득세 회피, 러시아의 2016년 대선 개입 등 각종 의혹에 대한 수사 착수 등을 예고했다.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등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해온 반(反)이민 정책에도 제동을 걸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주창한 ‘오바마케어(전 국민 건강보험)’ 폐지도 양당이 공방을 벌이면서 발목 잡힐 가능성이 크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젊은 층의 투표가 늘면서 향후 정책방향 설정이 민주당에게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젊은 층 대다수가 민주당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터프츠대학교의 시민학습·참여정보연구센터(CIRCLE)이 지난달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중간선거 투표 의사를 밝힌 ‘밀레니얼세대(1980년대 초~1990년대 중반 출생자)’와 ‘Z세대(밀레니얼 세대 이후)’ 다수가 민주당 후보에 크게 기울어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여성 혐오 조장에 분노한 ‘핑크 웨이브’, 여성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 열기도 미국 정치에 극명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하원 선거 출구조사에서 투표장에 나온 여성 유권자의 59%는 민주당 지지자라고 밝혔다. 역대 최다 여성 하원의원 기록도 깨질 전망이다. AP통신은 7일 아침 개표가 진행 중인 가운데 하원 선거에서 여성 75명이 승리했고, 이밖에 공화당과 민주당 여성 후보들이 맞붙은 9개 선거구에서도 여성 의원이 나올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11월 5일 중간선거를 하루 앞두고 미주리주에서 공화당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 트럼프 트위터
하지만 공화당 지지층도 막판에 결속력을 과시하면서 민주당 바람, 이른바 ‘블루 웨이브’가 ‘쓰나미’로 커지지는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하원을 민주당에 내주긴 했지만, 상원에서는 다수당의 지위를 유지했다. ‘트럼프 대 반(反) 트럼프’의 치열한 대결구도가 아이러니하게도 균형적 구조를 연출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는 데 결정적인 공로를 세운 ‘러스트 벨트(쇠락한 중서부 공업지대)’도 공화당에 힘을 실어줬다. 아이오와주를 제외한 위스콘신·미시간·펜실베니아·오하이오주 모두 하원을 공화당에게 내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반(反) 이민 캠페인이 쇠락하는 경제 등에 불만을 품은 백인 노동자와 실업자들에게 먹혔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중간선거 결과가 미국 내 깊은 정치 양극화를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첫 ‘국민투표’ 실시 결과, 상·하원에서 엇갈린 결과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밤 트위터를 통해 "오늘 밤 굉장한 성공을 거뒀다. 모두에게 감사한다!"라고 만족감을 표했다. 그는 ‘자본주의 코드’의 저자 벤 스타인이 "지난 105년 동안 현직 대통령이 중간선거에서 상원을 장악한 것은 겨우 5번뿐이었다. 트럼프의 마법은 이토록 엄청나다"고 말했다며 이를 그대로 옮겨 적기도 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상원이 틀림없이 계속 공화당과 함께할 것으로 보인다는 발표는 대통령에게 어마어마한 승리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6일 "내일은 미국에 새로운 날이 열릴 것"이라며 하원에서의 승리를 자축했다. 펠로시 대표는 "오늘은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헌법의 견제와 균형을 회복시키는 날"이라며 "그동안 우린 충분히 분열돼 있었던 만큼, 민주당은 의회에서 우릴 하나로 묶을 수 있는 해결책을 찾으려 한다"고 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과 관련해 그는 "로버트 뮬러 특검 수사에 달려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은 결정적인 증거가 존재하고 공화당에서 원할 때만 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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