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일의 입] 이익을 공유하면 사회주의 아닌가요?

입력 2018.11.07 19:00


‘촛불혁명’과 ‘문화혁명’ 사이에서

어제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당정 협의를 가졌는데요, 이 자리에서 ‘대기업 중소기업 협력이익 공유제’를 발표했습니다.
대기업, 중소기업, 이 말은 알겠는데, ‘협력이익’이란 게 뭔지요.
여기서 말하는 중소기업은 옛날 말로 하청업체, 바뀐 말로 협력업체를 말하는 것이겠지요.
‘협력이익’이라는 것은, 그 협력업체에서 자재나 부품을 납품 받은 대기업이 제품을 팔아서 이익을 남겼다면, 그 이익을 대기업 혼자만의 이익으로 보지 말고, 대기업 중소기업이 협력해서 얻은 이익이라고 보고, 그 이익금을 함께 나눠 먹자는 것이지요. 그래서 공유제라는 말을 붙였습니다.
납품업체가 버는 돈보다 대기업이 버는 돈이 훨씬 많으니, 그러지 말고 대기업이 남긴 돈도 납품업체한테 나눠줘라, 그래서 협력이익 공유제, 이 말이 된 것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영업이익 신기록 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올해 4/4분기 영업이익 역시 16조2370억원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2% 증가한 수치입니다.

삼성전자 1차 협력업체는 800개쯤 됩니다. 이중 연간 10억원 이상 거래한 협력업체는 391개로, 거래규모로 보면 이들 391개 협력업체가 99.9%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런데 이 391개 협력사 영업이익률은 5~6% 선으로, 삼성전자 완제품 부문 사업의 영업이익률 6~7%와 비교해도 별 차이가 없습니다.
또 삼성전자는 10수년 전부터 지금까지 협력사 지원 육성 자금을 1조2000억 가까이 집행했다고 밝혔습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사업장에는 협력업체가 130개쯤 상주하고 있는데요, 사실은 삼성전자가 8년 전부터 격려금, 다시 말해 인센티브를 지급해왔습니다. 올해도 200억에서 300억 사이, 그 정도 액수를 협력사에 지급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제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러한 것을 정부가 법률로 정하고, 유도하고, 세금 혜택을 주고, 이렇게 나가겠다는 것입니다.
기업이 자율적으로 해오는 것은, 액수가 너무 적거나, 지속 가능할지 여부도 알 수 없으니, 정부가 제도를 만들어서 적극 개입하겠다는 겁니다.

예를 들면, 삼성전자가 협력업체를 쥐어짜서 막대한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으니, 정부가 적극 개입해서 나눠 먹는 파이의 양을 제도적으로 더 늘려야 한다는 일부 비판을 수용하는 셈이지요.

그러나 벌써부터 만만찮은 부작용을 우려합니다. 우선 당장, 도대체 얼마큼 이익이 나야 나눠먹기를 시작한단 말이냐, 이런 지적이 나옵니다.
나눠 먹으려면, 800개 납품업체 각각의 기여도를 정밀하게 측정해야 할 텐데, 누가 어떻게 그걸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단 말이냐, 이런 걱정도 있습니다.
1차 협력업체만 나눠먹고, 2차 3차 협력업체는 어쩌란 말이냐, 이런 말도 나옵니다.
협력업체 중에는 국내 업체 말고 외국 업체도 많은데, 이 외국 업체를 제외시키면 당장 세계무역기구 WTO에 제소당할 지도 모릅니다.

이런저런 꼴 보기 싫은 대기업들이 본사로 해외로, 공장도 해외로 옮기고, 협력업체마저 전부 해외에서 구할지 모릅니다.



정부는 강제가 아니라고 하지만, 자율에 맡기겠다고 하지만, 그 말을 누가 믿겠습니까. 우리 기업들은 검찰 경찰 국세청 공정위 눈치를 보며 살아야 하는데요, 정부는 벌써부터 협력이익 공유제를 얼마나 실천하는지 기업들을 4등급으로 분류하겠다고 하는데요, 여기서 3,4 등급으로 처지는 기업 명단이 블랙리스트가 되지 말란 법이 있겠습니까.

어떤 기업의 영업이익은 납품업체와 협력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본다, 그래서 협력이익이요, 그러한 이익은 마땅히 나눠가져야 한다, 그래서 협력이익 공유제가 됩니다.
경제민주화, 공정경제, 이런 문재인 정부의 경제 이념과 맞닿아 있는 것입니다.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가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하이테크 강국입니다. 정세영 현대차 회장이 물었습니다. 비결이 뭡니까. 네타냐후 총리가 말합니다. 절대 비밀인데요, 정부 불간섭이 비결입니다.
우리나라가 반도체 강국이 된 것은 산업통산자원부에 반도체 과가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 여성 골프가 세계를 주름잡는 비결은 문화체육관광부에 골프 과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말이 이제는 농담처럼 들리지 않습니다.

협력이익 공유제, 이것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우리나라가 처음 시도하려는 제도입니다.
반세기 이상 현장 언론인으로 뛰고 있는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50년 넘게 나는 우리 사회의 많은 갈등과 분열을 보고 겪고 취재해왔다. 하지만 이렇게 사회의 거의 모든 가치 구도가 마치 병을 거꾸로 뒤집어 놓은 것처럼 뒤바뀌는 것을 보지 못했다. 세상이 이렇게 극렬하게 갈리는 것을 보지 못했다.’
이 정부가 좋아하는 촛불 혁명, 그 정신이 자칫 문화혁명처럼 되지 않으려면 어떤 울타리를 넘으면 안 됩니다. 그 울타리가 무엇인지, 이 정부 사람들이 제일 잘 알고 있을 겁니다.

*TV조선 ‘신통방통’ 진행자 김광일 논설위원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유튜브 ‘김광일의 입’, 상단 화면을 눌러 감상하십시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