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당했다는 소문 있던데..." 법원, 2차 가해 인정

입력 2018.11.07 11:38

성폭력 피해자로 알려진 부하 직원에게 ‘그런 사실이 있느냐’며 진위 여부를 캐묻는 말도 성폭력 2차 가해행위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2부(재판장 양현주)는 경찰관 A(52)씨가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강등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소문을 전달하는 형식을 취하였다고는 하나 평균적인 20대 여성에게 심한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발언"이라고 판단했다.

A씨는 2016년 7월 같은 경찰서 여성청소년과에 근무하는 후배 여경이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로 지목되자 "과장이 너한테 성추행이나 성폭행한 거 있니"라고 말했다. 그는 "(소문이) 빨리 종식되지 않으면 꼬리표가 따라다닌다"면서 경찰 안팎에서 피해 여경을 부정적으로 본다는 말도 전했다.

A씨는 또 피해 여경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는 후배 경찰관에게 "직원들이 (피해 여경에 대해) 부정한 사람으로 생각한다", "속된 말로 ‘X같은 X’이란 말을 내가 들어버렸다"는 말도 했다. 그는 피해 여경에게 내부 조사를 받으러 갔었는지를 캐묻기도 했다.

A씨는 작년 2월 국가공무원법상 성실 의무와 품위유지 의무 위반했다는 이유로 해임 처분을 통보받았지만, 소청심사를 신청해 강등 처분으로 감경받았다. 그러나 A씨는 그조차 성희롱 발언이 아니어서 징계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불복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언행이 성희롱성 발언에 해당되지만 강등 처분은 지나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뚜렷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며 언어적 행위를 넘어서지도 않았다"면서 "징계처분은 재량권을 일탈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직과 감봉 정도의 징계가 타당하다고 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단순히 경미한 과실에 의한 행위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강등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는 피해 여성 경찰관에게 한 2차적 가해행위에 해당하는 발언을 반복적으로 한 것으로 비난 가능성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해 여성에게 조언을 하려거나 소문을 전달하려는 취지에서 이뤄진 발언이라고 하더라도, 사회통념상 상대방에게 심한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발언"이라고 했다. 피해 여성이 아닌 제3자에게 그에 대한 소문을 전한 것도 A씨에 대한 직접적인 성희롱은 아니지만, 2차적 가해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어 "A씨가 당시 여성청소년계 학교전담경찰관으로 근무하고 있던 점을 고려하면 다른 경찰 공무원에 비해서도 높은 ‘성인지(性認知) 감수성’이 요구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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