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딸에게 시험문제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현모(53)씨가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임민성 부장판사는 6일 오후 8시 40분쯤 "범죄사실이 소명됐고, 범행의 특성, 피의자와 공범과의 관계,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와 수사 경과 등에 비추어 볼 때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현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현씨는 자신이 근무하는 숙명여고에서 쌍둥이 딸들이 입학한 지난해부터 올해 1학기까지 딸들에게 중간·기말고사 문제와 정답을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 2일 "시험 문제와 정답 유출이 의심되는 정황을 다수 확보했는데, 현씨가 계속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며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숙명여고 시험 문제 유출 의혹은 지난 7월 쌍둥이 딸들이 2학년 1학기 기말고사에서 갑자기 성적이 올라 문·이과 1등을 차지하면서 불거졌다. 1학년 1학기 문과 전교 121등, 이과 전교 59등이었던 쌍둥이 자매는 1학년 2학기 때 문과 전교 5등, 이과 2등으로 성적이 올랐다가 다음 학기에 나란히 전교 1등이 됐다.
당시 숙명여고 교무부장이던 현씨는 "아빠와 같은 학교를 다닌다는 이유로 아이들의 밤샘 노력이 의심받게 돼 마음이 상한다"면서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 감사 결과 쌍둥이 자매는 추후 정답이 정정(訂正)된 문제에 똑같은 오답을 적어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오답을 적어냈다’는 것은 시험 문제가 사전에 유출됐다는 의혹의 주요 근거였다.
또 경찰의 디지털 포렌식(디지털 증거분석) 결과 쌍둥이 동생의 휴대전화에 영어 시험 문제의 정답이 메모돼 있는 것이 발견됐다. 시험문제는 괄호 속에 영어단어를 넣는 것이었는데, 이 문제의 답(단어)만 그대로 적혀있었다. 이 메모는 시험 보기 사흘 전 저장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씨는 올해 2학년 1학기 중간고사를 앞두고 답안지가 있는 교무실에서 홀로 남아 근무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