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일본의 집, 문턱 없애고 곳곳에 손잡이 단다

입력 2018.11.06 03:01

[오늘의 세상]
日정부, 거동 힘든 어르신 주택 한해 4500억 들여 50만곳 개·보수

휠체어를 탄 한 일본 노인이 요양보호사의 도움으로 손을 씻고 있다.
휠체어 들어가는 세면대 - 휠체어를 탄 한 일본 노인이 요양보호사의 도움으로 손을 씻고 있다. 일본은 고령자 주택을 고쳐 휠체어를 타고도 싱크대·세면대·화장실을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일본 도쿄 북쪽 외곽 가쓰시카구(區) 종합병원에 81세 여성이 집에서 넘어져 왼쪽 대퇴골 골절로 입원했다. 환자는 수술을 받고 바로 재활 병원으로 옮겨졌다. 3개월간 재활 치료를 받고 퇴원을 앞둔 즈음, 병원의 재택 복귀 지원팀이 환자의 집을 찾았다. 환자가 왼발을 20㎝ 정도밖에 위로 못 올리는 지금의 보행 장애로 집에서 생활할 수 있는지 점검하기 위해서다. 이후 환자의 집은 리모델링됐다. 현관과 화장실·욕조·부엌 등에 손잡이가 설치됐고, 바닥에는 미끄럼 방지 시설이 깔렸다. 현관과 거실 사이 턱도 없앴다. 비용은 일본의 개호보험(한국의 장기요양보험)이 댔다.

◇한 해 50만집 고령자 주택 개·보수

일본은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28%대로, 초고령 사회다. 후기 고령자로 불리는 75세 이상 인구도 작년 기준 1747만명으로, 곧 2000만명을 앞두고 있다. 고령자들이 더 노쇠해지고, 장애로 시달리게 되면 일본은 입원 대란을 맞게 된다. 이에 일본 정부는 조금 허약하거나 장애가 있어도 가능한 한 집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고령자 집을 고쳐주는 주택 개·보수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대상은 65세 이상으로 일상생활 동작에 어려움이 있어 주택 개·보수가 필요하다고 인정된 사람이다. 이들에게 ▲화장실과 계단 등에 손잡이나 난간 설치 ▲집 안의 턱 제거 ▲휠체어 진입 슬로프 설치 ▲손잡이 미닫이문으로 교체 등을 해준다. 노인들은 쥐는 힘이 약해 손잡이를 돌려 문 열기가 어렵다. 최대 200만원(약 20만엔)까지 지원된다.

휠체어 생활을 하거나 장애로 요양 서비스가 필요한 고령자에게는 지원 폭이 더 크다. 지자체별로 지원 액수가 다소 차이 나지만, 도쿄 미나토구(區)의 경우, 싱크대·세면대를 휠체어 환자도 쓸 수 있는 것으로 교체하는 데 최대 156만원을 지원한다. 장애인용 욕조로 교체하는 데는 최대 379만원을 대준다. 그러자 주택 개·보수 전문 회사가 성업 중이고, 24시간 대기 출동 회사도 있다. 정부 통계로 2015년 고령자가 사는 48만집에서 개·보수가 이뤄졌고, 4510억원이 지원됐다. 올해는 50만집이 훌쩍 넘을 것이라는 추산이다.

일본 고령자 주택 개·보수 내용

도쿄건강장수센터 이토오 히데키(내과 전문의) 이사장은 "고령자들이 병원이나 요양 시설에 머물지 않고 가능한 한 집에서 살아가는 것이 개인도 좋고, 국가적으로도 부담이 적다"고 했다. 요양 병원이나 시설에 머물 경우 한 달에 400만~500만원이 들어가지만, 고령 친화로 개조된 집에서 살며, 의사가 찾아오는 방문 진료를 받으면 비용이 170만~200만원에 머문다.

◇사회 전체가 고령 친화 환경

일본 주택 동네 거리를 걷다 보면 이동하는 데 걸림돌이 없는 이른바 '배리어 프리(barrier free)'를 실감할 수 있다. 교차로, 길거리 상점 입구 간에 보도와 길 사이에 턱이 없다. 육교 곳곳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고, 음식점 현관에 턱이 없다. 횡단보도 교차로에는 휠체어 탄 사람이 누를 수 있는 위치에 신호 연장 버튼이 설치돼 있다. 왕복 4차선 횡단보도를 보행 파란불일 때 그냥 건너면 파란불이 15초이지만, '휠체어 버튼'을 누르면 25초다.

처음부터 고령 친화로 설계된 유료 노인홈이나 서비스 고령자 주택도 늘고 있다. 각자 방에 살면서 식당·거실·재활치료실·다목적실 등을 공유한다. 입구-로비-복도-현관-거실-베란다까지 이동하는데 어디에도 턱이 없다. 복도는 휠체어 두 대가 지나가도록 넓고, 한쪽에는 손잡이가 달려 있다. 실내 전기 콘센트는 살짝만 쳐도 툭 빠지는 특수 장치가 되어 있다. 곳곳에 응급 호출을 할 수 있는 스위치가 있다. 도쿄대 고령사회총합연구기구 오카다 준이치로 위원장은 "고령자가 살던 곳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도록 인프라를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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