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쇼크'가 불어닥친 것이 3년 전이다.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완파했을 때 인류가 받은 충격은 컸다. 그 1년 반 뒤 구글은 더 센 버전을 내놓았다. 새 버전은 완전 백지에서 혼자 가상 대국하며 훈련해 72시간 뒤 원래 버전을 100대0으로 이겼다. 인류가 5000년간 축적한 기력(棋力)을 불과 사흘 만에 돌파하고 신(神)의 경지에 올랐다. 인간 세계에서 더 이상 적수를 찾지 못하자 구글은 알파고를 은퇴시켰다.

▶알파고 이후에도 바둑 AI 경쟁은 끊이지 않았다. 바둑이 AI의 핵심인 딥러닝 기술에 최상 게임이기 때문이다. 일본이 개발한 AI '딥젠고'는 한국 1위 박정환 9단을 꺾었다. 그 '딥젠고'는 중국의 '줴이'에 무릎 꿇었다. 중국 텐센트가 개발한 '줴이'는 인간·기계를 통틀어 현역 최강 바둑 1인자다. 세계 1위 커제 9단도 '줴이'와 대국하면서 훈련한다고 한다. AI가 인간의 사부(師父)가 된 셈이다.

▶지난 주말 국산 바둑 AI가 국내 최고수 프로 기사와 대국을 벌였다. 한국을 대표하는 IT 기업 카카오가 개발했다 해서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단 83수 만에 돌을 던지는 망신을 당했다. 축(계속 단수치며 모는 것) 계산을 잘못하는 초보적 버그(오류)를 일으켰다. 경쟁국 AI는 인간 수준을 까마득히 넘어섰는데 한국 AI는 기본 룰조차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하도 기가 막혀 믿기지가 않는다.

▶놀랄 일은 아니다. 한국의 AI 기술력은 미국에 2.3년 뒤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사흘이면 바둑도 정복하는데 2년은 거의 절망적인 격차다. 중국에도 한참 뒤처졌다. AI가 의사 시험에 합격하고, 얼굴 인식 AI가 수만 군중 속에서 정확하게 범인을 짚어냈다는 식의 뉴스가 쏟아지는 게 중국이다. 지난해 중국 정부가 AI에 투자한 예산만 8조원이었다. 한국은 1600억원이다. 중국 바이두는 'AI 인재 10만명 양병론'을 추진하는데 삼성전자는 '1000명 확보'가 전부다. 100대1 게임이다.

▶AI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자산이 빅데이터다. 중국은 13억 인구가 쏟아내는 가공할 빅데이터를 갖고 있지만 우리는 그 20분의 1도 안 된다. 그나마 있는 데이터마저 개인 정보 보호를 이유로 규제의 족쇄를 채워 놓았다. 양(量)의 열세를 열정과 전략으로 돌파하던 우리의 주특기가 사라졌다. 돈도, 인재도, 데이터도 상대가 안 되는데 목표를 이루려는 국가 의지마저 희미해졌다. 이래선 미래의 국가 운명이 걸린 AI 전쟁에서 이길 도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