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초 허용 10개월… 캘리포니아, 환각운전 4배 급증

입력 2018.11.05 03:00

올해 1월 기호용으로 합법화… 거리·인터넷 대마초 광고 넘쳐

"처음이신가요. 이걸 추천합니다. 부드럽고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기분을 풀어주죠. 처음 구매하시면 10g을 더 드립니다."

지난달 29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오클랜드 남부 국도변 대마초(마리화나) 전문 판매점. 무장 경비원에게 신분증을 보여주고 안으로 들어서자 고급 카페 같은 모습이 펼쳐졌다. 진열장과 계산대 앞에서 손님 10여 명이 점원 설명을 듣거나 제품을 구경하고 있었다. 매장에서는 대마초는 물론 전자담배용 대마초 카트리지, 대마초가 들어 있는 초콜릿·브라우니·사탕·젤리 등 200여 가지 상품을 판매한다.

올해 1월 대마초가 합법화된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의 대마초 전문 판매점 진열대.
올해 1월 대마초가 합법화된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의 대마초 전문 판매점 진열대. 이곳에선 흡연용 대마초뿐 아니라 대마초가 들어 있는 초콜릿·브라우니·사탕·젤리 등 약 200가지 관련 상품을 팔고 있다. /박건형 특파원
캘리포니아 안에서 인터넷이나 앱(스마트폰 응용 프로그램)을 통해 주문하면 집까지 배달도 해준다. 매장 점원들은 대마초의 장점을 열거하기에 바빴다. 중독이나 환각의 위험에 대해 묻자 "담배나 술도 많이 하면 해롭다"면서 "개인이 조절하기 나름"이라고 했다. 한 점원은 "처음 찾아오는 손님이 하루에 20~30명 된다"면서 "지금 캘리포니아는 대마초 천국"이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뿐 아니다. 지난달 캐나다 전역에서 대마초가 합법화됐다. 캘리포니아와 경계를 댄 멕시코에 12월 취임하는 신임 대통령도 의료용 대마 등 일부 마약 합법화를 검토하고 있다. 캘리포니아는 올해 1월 대마초를 전면 합법화했다. '대마 벨트' 중심지가 될 수도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가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달 30일 캘리포니아 서부의 휴양도시 몬트레이 인근 살리나스. 초등학생들이 콩 수확을 하고 있는 체험 농장 바로 옆에 커다란 대마 온실이 두 동(棟) 들어서 있다. 학교 옆 농장 마늘밭 중 일부가 지난해 대마 온실로 변한 것이다. 선생님과 학부모들은 혹여나 학생들이 온실 안에 들어가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지키기 바빴다.

학부모 리사씨는 "길거리 어디에서나 대마초 광고를 볼 수 있고, 인터넷에도 대마초 얘기가 넘쳐난다"면서 "안 그래도 청소년 마약 문제가 심각한데 합법화가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청소년들의 대마초 흡연은 조현병 같은 정신 질환 유발 확률을 높이고 기억력과 추론 능력에도 장애를 일으키는 것으로 입증돼 있다.

미국 LA타임스는 "미국 소아과학회가 캘리포니아의 대마초 합법화가 임신부의 대마초 흡연도 법적으로 가능하게 했다고 경고했다"면서 "대마초 합법화는 대마가 유익하다는 이미지까지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임신부 대마초 흡연율은 2009년 4%에서 2016년 7%로 늘었는데, 합법화 때문에 10%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성인 임신부는 청소년과 달리 구매를 막을 제재 수단이 없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임신 중인 여성은 물론 모유 수유를 하는 여성들의 대마초 흡연도 태아나 유아에게 치명적 영향을 준다며 경고하고 있다.

대마초 합법화에 따른 사건 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정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대마초를 흡연한 뒤 응급실에 실려온 환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증가한 6887명에 이른다. 캘리포니아 지역 신문 오렌지카운티 레지스터는 "캘리포니아에서 대마초를 흡연한 뒤 환각 상태에서 운전하다 교통사고를 낸 경우가 지난해보다 3~4배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면서 "대마초 흡연은 음주와 달리 휴대용 측정기로 적발할 방법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보도했다.  학계에선 대마초 흡연자가 운전할 경우 사고 위험이 2~7배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를 비롯해 콜로라도, 매사추세츠 등 아홉 주가 대마초를 합법화하고 있고 미주리·유타·미시간·노스다코타 등은 이달 중간선거에서 대마초 합법화 여부를 주민 투표에 부칠 예정이다. 잇따른 부작용에도 미국 주정부들이 대마초 합법화에 나서는 것은 세수 증대와 고용 창출 유혹 때문이다. 대마초 시장 분석 업체 BDS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올해 미국 내 합법 대마초 시장 규모는 110억달러(약 12조원), 2021년이면 210억달러(약 23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하지만 대마초 합법화가 경제적으로 효과가 있을지 확실치 않다. 캘리포니아 대마초 통제국에 따르면 대마초 합법화 이후 올 상반기 캘리포니아가 거둬들인 대마초 관련 세금은 8200만달러(약 935억원)로 당초 주정부 기대치 1억8500만달러(약 2100억원)에 미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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