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는 수만명이 참가한 집회·시위 20여건이 열렸다. 교통 체증과 소음으로 주변이 몸살을 앓았다. 이 일대 집회는 9년 전보다 5배로 늘어났고, 어느 반미(反美) 단체의 경우 미 대사관 지척에서 3년간 780차례나 집회를 열었다고 한다. 청와대 인근 주민센터 등 집회 장소로 인기 있는 지역은 미리 한 달치 예약이 차 있다고 한다. 세월호 천막은 4년 넘게 광화문광장에 서 있다. 불법 천막이 있는데도 누구도 손댈 생각을 못한다. 청와대 진입로와 정부 서울청사 앞 천막은 걷히는가 싶으면 금세 다시 새 불법 천막이 들어선다.

광화문 일대 주민과 상인들은 '못살겠다'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인근 직장인들은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시위대가 운동권 노래를 틀어대는 바람에 환청(幻聽)에 시달릴 정도다. '시위대만 국민이냐'는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서울 도심만 그런 게 아니다. 경찰 집계에 따르면 올 7월까지 전국적으로 총 3만7478건 집회·시위가 열려 지난해 같은 기간(2만3749건)보다 58%나 늘어났다. 2000가구 가까이 사는 아파트 단지 코앞에서 민노총 시위대가 이른 새벽 확성기 시위를 벌이는 일까지 예사로 벌어진다. 민원을 내본들 아무 소용이 없다.

경찰은 지난해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하겠다며 더 폭넓게 내부 지침을 바꿨다. 그 지침에는 시위대 일부가 경찰을 폭행하거나 시위 진압에 쓰는 경찰 물품을 파손해도 집회 자체를 해산하면 안 된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실제 시위대가 도로의 전(全) 차선을 수십 분 막아서도 개입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 앞 불법 천막을 철거한 구청 공무원들은 '직권 남용'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불법 앞에서 스스로 무장해제를 하고, 법 집행을 한 공무원들은 검찰에 불러가 조사를 받는다. 청와대와 정부 청사 앞에 농성 천막이 진을 치고, 주말마다 수도 한복판이 시위대에 점령되는 나라가 세계 어디에 또 있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