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으로부터 전방위로 가해지는 무역과 첨단 기술 분야 견제와 압박을 인공지능(AI) 기술 자립과 주도권 확보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1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은 지난 31일 베이징에서 AI를 주제로 집체 학습을 가졌다. 시진핑 주석과 리커창 총리 등 25명의 정치국원은 베이징대 교수이자 중국 공학원 회원 가오원주이 교수로부터 'AI의 발전 현황과 추세' 강연을 듣고 토론을 벌였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AI는 신(新)과학기술 혁명과 산업 변혁을 이끄는 전략 기술이자 전 분야를 끌어올리는 선도·분수 효과가 강력한 기술"이라며 "중국이 세계 기술 경쟁의 주도권을 쥐도록 하는 핵심 수단이자 과학기술, 산업 구조, 생산력을 비약시킬 전략 자원"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모바일 인터넷·수퍼컴퓨터·뇌과학의 발전을 배경으로 AI는 딥러닝, 경계를 초월한 융합, 인간·기계 협동 등 새로운 분야의 출현과 발전을 가속화하는 것을 뛰어넘어 이제는 경제 발전, 사회 진보, 국제 정치·경제 구조 등 각 방면에 거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어 "AI 기초 연구를 강화해 원천·핵심 기술을 중국의 손안에 넣고 AI 분야에서 앞서가야 한다"며 "이를 통해 중국 경제가 질적 성장을 추구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맞닥뜨린 각종 난관을 돌파하고 일상 업무, 학습, 생활을 스마트하게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거대한 데이터와 시장 잠재력을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13억 인구가 만들어내는 방대한 데이터, 이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중앙집권적 시스템 등 중국만의 강점을 업고 AI 강국이 되겠다는 것이다.
시 주석의 이날 발언은 AI를 통해 산업 기술뿐만 아니라 국가사회 전반을 업그레이드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특히 중국이 상대적으로 강점이 있는 AI 기술을 통해 기존 제조업 분야에서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 미국의 전방위 견제와 압박을 돌파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시 주석의 발언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중국은 국가적으로 AI에 올인하고 있다. 중국 국무원은 작년 7월 발표한 '차세대 AI 발전 계획'에서 '2030년 AI 세계 1위 강국'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중국이 이처럼 단기간에 세계 1위에 올라서겠다고 한 분야는 AI가 유일하다.
중국은 AI 분야에 매년 55억달러(약 6조2000억원)를 쏟아붓고 있다. 미국(12억달러)의 4.6배에 이르는 규모다. 민간에서는 'BAT'로 불리는 IT '빅3'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가 AI 분야 삼두마차다.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독자적인 AI 반도체를 개발 중이고 바이두는 앞으로 3년간 AI 인재 10만명을 길러내겠다고 선언했다. 전국 40여개 고교에서는 올해부터 'AI 과목'도 생겼다.
AI 분야 세계 최고 몸값 스타트업인 중국 '센스타임'의 공동 창업자 탕샤오어우 홍콩 중문대 교수 등이 '인공지능 기초'라는 고교과정 교과서까지 펴냈다. 이런 민관 AI 총력전을 통해 매년 경제성장률을 0.8~1.4%포인트 더 끌어올린다는 게 중국 정부의 야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