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기업이 가진 '포스코 주식' 강제징용 배상금으로 압류 가능?

입력 2018.10.30 16:20 | 수정 2018.10.30 16:37

자발적으로 배상 안 하면 압류, 강제집행
일본법원 협조 희박…한국 자산 찾아내야
일본 ICJ 제소는 별개 문제 "배상에 영향 無"

대법원이 30일 일본 철강 업체 신일철주금(구 신일본제철)에게 이춘식(94)씨 등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다는 판결을 확정하면서 한·일 양국 간 파장이 불가피해 보인다. 일본 정부가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배상이 또 다시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과 일본 정부가 ICJ에 제소하는 것은 별개 문제이기 때문에 피해자 배상 문제는 따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1934년 일본으로 강제 징용된 충청남도 홍성 지역 젊은이들./조선DB(사진 제공=홍성군)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는 이날 신일철주금이 이씨 등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에게 각 1억원씩 손해배상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이날 1965년 맺어진 한·일 청구권협정과 강제동원에 따른 이씨 등의 위자료 청구권은 별개라고 판단했다. 한·일 청구권협정 때 일본이 제공한 자금(무상 3억달러·차관 2억달러)에 이씨 등에 대한 피해 배상금이 포함됐다는 신일철주금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문제는 일본 기업인 신일철주금으로부터 어떻게 배상금을 받아내느냐는 것이다. 신일철주금은 2012년 서울고법이 "피해자들에게 각각 1억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하자 해당 판결이 확정되면 배상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산케이신문은 신일철주금이 이 같은 방침을 정했다고 전하며 "배상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강제집행을 당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한·일 양국의 외교적 파장으로 번지면 신일철주금의 이 같은 방침이 바뀔 가능성도 크다. 일본 내에서의 정치적 파장 등을 고려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신일철주금이 자발적으로 배상금을 내지 않는다면 이씨 등은 법원을 통해 신일철주금이 갖고 있는 자산을 압류해야 한다. 일본에 있는 신일철주금의 자산을 강제집행 해달라고 일본 법원에 요청하는 방법도 있지만, 일본 법원은 이미 신일철주금에게 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기 때문에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법조계의 해석이다.

그렇다면 우리 나라에 있는 신일철주금의 자산을 찾는 방법이 남는다. 신일철주금이 포스코 등 국내 협력 기업과 거래하면서 발생한 매출채권이나, 신일철주금이 가지고 있는 국내 기업의 주식 등이다. 매출채권은 물품을 판매한 뒤 당장 돈을 지급하지 않아 추후 갚아야 할 ‘빚’이다. 주식은 대표적으로 포스코 주식이 있다. 지난해 기준 신일철주금이 가지고 있는 포스코 지분은 3.3%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가총액 수천억원에 달하는 규모로 이씨 등에게 피해배상을 하고도 충분히 남는 돈이다.

일본 정부가 가만 지켜보지 않겠다고 하지만 강제집행과는 별개의 문제다. 일본 정부는 앞서 배상하라는 쪽으로 판결이 확정될 경우 우리 정부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한다고 밝혔다. 일본은 국교정상화 당시 경제협력금 제공을 통해 청구권 문제가 이미 해결됐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강병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국제법 교수는 "강제집행은 피해자들이 법원을 통해서 하는 것이고, 또 일본 정부가 아닌 일본 기업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것"이라며 "일본 정부가 ICJ에서 우리 정부에게 책임을 묻는 것과는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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