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246] 영화 탄생 이전의 연속 사진

조선일보
  •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입력 2018.10.30 03:10

    달리는 말의 연속 동작이 담긴 열두 컷의 사진이다. 현대인들의 눈에는 영화 필름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이 사진은 영화가 세상에 존재하기 이전에 사진가 에드워드 마이브리지(Eadweard Muybridge·1830~1904)가 찍은 것이다.

    1872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지냈던 사업가이자 마주(馬主)인 르랜드 스탠퍼드는 당시 승마인들을 반(半)으로 갈라놓은 열띤 논쟁을 끝내기 위해 마이브리지를 고용했다. 문제는 '과연 말이 질주할 때 발굽 넷이 모두 땅에서 떨어지는 순간이 있는가 없는가'였다. 참으로 하찮은 문제처럼 들리지만 사실 수천 년간 말을 탔으면서도 인간의 눈으로는 달리는 말이 정확히 어떻게 움직이는지 파악할 능력이 없고, 설사 초인간적 시력을 가진 누군가가 분간을 해낸다고 해도 남들이 모두 수긍할 증거를 댈 수는 없지 않은가.

    에드워드 마이브리지, 달리는 말, 1878년, 흰자판 사진, 미국 국회도서관 소장.
    에드워드 마이브리지, 달리는 말, 1878년, 흰자판 사진, 미국 국회도서관 소장.
    1878년 6월 마이브리지는 트랙에 카메라 24대를 각각 69㎝ 간격으로 세워두고, 스탠퍼드의 경주마 샐리 가드너가 시속 약 60㎞로 달릴 때 25분의 1초 간격으로 셔터가 눌리도록 와이어를 설치했다. 마이브리지는 조작 시비를 피하기 위해 기자들이 보는 앞에서 사진을 인화했고, 보다시피 네 발굽이 모두 땅에서 떨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그렇게 주장한 이들이 완전히 옳았던 것도 아니었다. 대부분은 말이 네 다리를 모두 앞뒤로 활짝 펴고 날아오른다고 생각했지, 사진에서 보듯 발굽을 몸통 쪽으로 오므리고 뛰는 줄은 몰랐다. 역시 논쟁으로는 사실을 가려내지 못한다. 사실을 판별하기 위해서는 과학 기술이 필요하다.

    샐리 가드너가 달리던 팰로앨토 농장 자리에는 현재 스탠퍼드대학이 서 있다. 바로 그 르랜드 스탠퍼드가 세운 대학이다. 학문의 전당으로 딱 어울리는 장소가 아닌가.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