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단녀도 여대생 모임도 "함께 뛰니 두렵지 않네요"

입력 2018.10.29 03:14

[72회 춘천마라톤] 초심자 '내 생애 첫 풀코스' 참가
여대생 러닝 클럽도 "할 수 있다"… "같이의 가치를 느낀 레이스"

김은미(41)씨는 이른바 '경단녀(경력단절여성)'다. 출산과 육아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고 3년간 일을 쉬었다. 단절된 건 직장 경력뿐만이 아니었다. 결혼 전 마라톤이 취미였던 그는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며 자연스레 달리기와 멀어졌다. 2006년 이후로 그는 '마라톤 경단녀'가 됐다.

김씨는 "아이가 어느 정도 크고 여유가 생기니 '다시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막상 대회에 참가하려니 겁이 났고, 다른 사람들과 같이 달리면 용기가 날 것 같아 아이디어를 냈다"고 했다. 그는 작년 10월 마라톤 동호인인 지인과 함께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풀코스 완주에 도전할 사람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렇게 프로젝트 그룹 '내 생애 첫 풀코스'가 탄생했다.

20대부터 50대까지 30여 명이 금세 모였다. 직업도 일반 회사원부터 치과의사, 벤처기업 CEO, 호텔 인테리어 업체 사장 등 다양했다. 그룹 회원인 남성 잡지 '맨즈헬스' 편집장 이남지(41)씨는 한국뿐 아니라 외국 대회에도 참가하는 여성 마라톤 마니아다.

춘마로 뭉친 ‘사랑과 우정’ - 결코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느껴지는 ‘마라톤 풀코스 완주’도 누군가와 함께라면 해볼 만한 도전이 된다. 위 사진은 여자 나이키 마라톤팀 회원들이 2018 춘천마라톤 출발에 앞서 한데 모인 모습. 이들은 말한다. 마라톤은 더 이상 남성들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아래 사진은 ‘내 생애 첫 풀코스’ 회원들이 춘천마라톤 출발을 앞두고 포즈를 취한 모습. 도전하는 이들의 얼굴에서만 묻어 나오는 기쁨의 표정이다.
춘마로 뭉친 ‘사랑과 우정’ - 결코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느껴지는 ‘마라톤 풀코스 완주’도 누군가와 함께라면 해볼 만한 도전이 된다. 위 사진은 여자 나이키 마라톤팀 회원들이 2018 춘천마라톤 출발에 앞서 한데 모인 모습. 이들은 말한다. 마라톤은 더 이상 남성들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아래 사진은 ‘내 생애 첫 풀코스’ 회원들이 춘천마라톤 출발을 앞두고 포즈를 취한 모습. 도전하는 이들의 얼굴에서만 묻어 나오는 기쁨의 표정이다. /이태경·고운호 기자

경력자가 섞여 있지만 '내 생애 첫 풀코스'란 이름답게 초심자가 중심인 이들은 28일 H그룹(기록 미보유자가 속한 그룹)에서 다 같이 출발해 발을 맞췄다. 궂은 날씨에도 서로를 격려하며 달린 결과, 대부분 팀원이 완주의 기쁨을 누렸다. 12년 만에 풀코스를 완주한 김은미씨는 "26~33㎞ 구간에서 오르막과 폭우가 겹쳐 포기할 뻔했다"며 "함께 달린 '내 생 애 첫 풀코스' 회원들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있는 힘껏 달렸다"고 말했다.

이날 '춘마'에는 함께 달리는 기쁨을 누린 이가 많았다. 10㎞ 코스를 달린 홍희진(41)씨는 사회에서 만난 친구 여섯 명과 함께 참가했다. 운동을 좋아하지 않던 홍씨는 처음엔 구경하면서 친구들 응원만 하려다 친구들이 하나둘씩 참가 신청을 하자 같이 뛰는 쪽을 택했다. 이들은 이날 주로(走路)에서 자주 눈을 마주쳤다. 그때마다 '우린 할 수 있다'고 눈빛으로 격려를 보냈다.

여대생 러닝 모임인 '나이키위민스클럽' 회원 7명도 출사표를 던졌다. 2015년 달리기를 시작한 김희주(24)씨는 족저근막염으로 고생하며 2년간 달리기를 하지 못했다. 그는 "함께 한계에 도전하는 친구들이 있어 두렵지 않았다"며 "달리기를 하며 '같이의 가치'를 느꼈다"고 말했다. 7명 중 6명이 레이스를 끝까지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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