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 이겨내려 달려요, 여러분도 포기 마세요"

입력 2018.10.29 03:00 | 수정 2018.10.29 10:27

[72회 춘천마라톤] 자유발언대서 쏟아진 말말말

입술은 파르르 떨리고, 발걸음은 조금씩 무거워졌다. 28일 거센 비에 춘천마라톤 참가자들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걷다 서기를 반복했다. 마라톤 34㎞ 지점에 이르자 제자리에 주저앉아 레이스를 포기하는 참가자들도 여럿 생겼다.

"여러분 힘내세요! 저도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2년째 파킨슨병(신경퇴행성 질환)을 앓는 정만용(73)씨가 '자유발언대'에 서자 박수가 쏟아졌다. 34㎞ 지점에 마련된 자유발언대는 풀코스 참가자들이 달리는 도중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공개적으로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춘천마라톤 완주의 최대 고비인 34㎞ 지점에 설치된 자유발언대에서 한 참가자가 활짝 웃으며 이야기하는 모습. 자유발언대에선 가족, 친구들에게 전하는 감동적인 메시지가 끊이지 않았다.
춘천마라톤 완주의 최대 고비인 34㎞ 지점에 설치된 자유발언대에서 한 참가자가 활짝 웃으며 이야기하는 모습. 자유발언대에선 가족, 친구들에게 전하는 감동적인 메시지가 끊이지 않았다. /김지호 기자

정씨는 마이크를 잡고 "이번 대회를 통해 나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며 울먹였다. 정씨는 이날 혼자 힘만으로 완주하기 힘들어 지인 부축을 받아가며 뛰었다. 정씨는 "예상보다 추운 날씨 때문에 몸이 굳어 움직이기 힘들지만 난치병에 고생하는 분들을 생각하며 뛰겠다"고 말했다.

이날 200여명의 참가자는 2~5분씩 줄을 서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발언대에 올라 가슴 속 얘기를 꺼내놓았다. 사랑하는 이들을 떠올리며 메시지를 전했다.

진천에서 온 이준희(54)씨는 "첫째 형이 대장암으로 투병 중이다. 꼭 완주해 형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제자들의 수능 대박을 염원하는 선생님도 발언대에 올랐다. 대구 경덕여고 이국안(44) 선생님은 "수능을 앞둔 제자들이 힘을 내서 꼭 원하는 대학에 갔으면 좋겠다. 선생님도 레이스 포기하지 않을 테니까 너희도 끝까지 열심히 하자"고 했다.

자원봉사자들은 궂은 날씨에도 참가자들의 완주를 도왔다. 춘천여고, 강원 사대부고 학생은 대회 집결지인 공지천 인조 구장에서 러너들의 소지품을 보관하는 일을 맡았다. 춘천고, 성수고·성수여고, 남춘천중·남춘천여중 학생들은 5㎞ 간격으로 설치된 급수대와 스펀지대에서 지친 참가자들에게 물을 나눠줬다. 3년째 춘천마라톤 봉사를 이어오고 있는 대한적십자사 헌혈봉사회 회원 50여명은 참가자들을 향해 "꼭 건강하게 완주하세요"라며 응원전을 펼쳤다.

협찬 : SK하이닉스·SK텔레콤·아식스·신한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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