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유치원 비리 근절 대책에 반발하며 사립유치원 9곳이 폐원을 신청했고 7곳이 내년도 신입 원아 모집을 보류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는 30일 정부에 항의하는 토론회를 열기로 하고, 유치원당 2명씩 검은색 상하의를 입고 참석하라고 독려하고 있다. 사실상 아이들을 볼모로 실력행사에 나선 것이다. 전체 원아 70여만명 중 75%가 사립 유치원에 다닌다. 문제를 방치하다가는 자칫 '유치원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
사립 유치원이 '명품백'을 사고 아이들 급식을 부실하게 한 것은 용납 못할 일이지만 전체 유치원 중 일부의 문제다. 사립 유치원 전체를 '비리 집단'으로 매도할 일은 아니다. 이번 사립 유치원 회계 비리 사태는 2012년 누리과정 시행 이후 정부의 관리 책임이 크다는 것도 드러났다. 내년 원아 모집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경기도의 한 유치원 원장은 "교육자라는 자부심으로 버텨왔는데 흉악범처럼 몰아서 자괴감을 느낀다"고 했다. 이전에는 사립 유치원에 대해 교비(校費)회계와 설립자의 투자 및 경영활동을 위한 회계 구분을 정부가 요구하지 않았다. 사립 유치원 측은 수십년간 문제 삼지 않던 유치원 경영자의 이익 회수를 갑자기 '횡령'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항변한다. 지난 25일부터 전국 각 교육청 홈페이지에 공개된 사립 유치원 2100곳의 비리는 대부분 행정착오 또는 회계처리 잘못 등 일반적인 감사에서 지적되는 것들이다. 형사고발됐지만 수사와 재판에서 무혐의 또는 승소 판결을 받은 사례도 있다.
정부가 발표한 대로 2021년까지 공립 유치원을 25%에서 40%로 늘린다고 해도 유아교육의 60%를 사립 유치원이 담당해야 한다. 비리는 엄단하되 사립 유치원들이 국가 교육 담당자로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사립 유치원의 주장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적폐 청산 식으로 하다간 아이들과 학부모가 큰 피해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