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m 달릴때마다 10원씩 기부… 66세 교수님의 마지막 '춘마'

조선일보
  • 장민석 기자
    입력 2018.10.26 03:00

    [D-2] 문송천 카이스트 명예교수

    춘천 마라톤 로고 이미지
    "저, 이제 '춘마'에서 은퇴합니다."

    1999년 춘천 마라톤에서 첫 풀코스 완주를 한 뒤 꾸준히 '1m 10원' 기부 운동을 실천해 온 문송천(66) 카이스트 명예교수가 '은퇴 선언'을 했다. 외국에 있을 때를 제외하곤 거의 매년 가을 춘천을 달렸던 그에게 28일 춘천 의암호 순환코스에서 열리는 2018 춘천 마라톤(조선일보·춘천시·스포츠조선·대한육상연맹 공동 주최)은 17번째이자 마지막 '춘마'다.

    "나이 쉰을 3년쯤 남겼던 1999년, 불현듯 50대(代)가 되기 전에 마라톤 풀코스 완주는 한번 해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처음 춘천에서 뛰고 난 뒤 앞으로 20년은 더 달려보자고 저 자신과 약속했죠. 올해가 딱 20년째입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이죠."

    최근 만난 문송천 교수는 자신이 정한 마라톤 정년(停年)에 도달했다고 했다. "70~80대의 나이에도 풀코스를 뛰는 분들이 제법 많지만 저는 극한의 운동인 마라톤을 하면서 무리하지 않고 정상적인 자세를 유지하며 뛸 수 있는 연령 한계를 65세쯤으로 봤어요. 건강하게 20년을 달려온 것에 만족합니다."

    문송천 카이스트 명예교수는 ‘1m10원’ 캠페인으로 기부 마라톤을 꾸준히 실천해 왔다. 사진은 작년 춘천 마라톤에 참가한 문 교수의 모습.
    문송천 카이스트 명예교수는 ‘1m10원’ 캠페인으로 기부 마라톤을 꾸준히 실천해 왔다. 사진은 작년 춘천 마라톤에 참가한 문 교수의 모습. /김연정 객원기자

    문 교수는 마라톤을 하면서 다치지 않고 뛰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과 함께 미안한 감정을 느꼈다고 했다. "달리다 보면 몸이 불편하거나 환경이 여의치 않아서 뛸 수 없는 사람들이 자연히 생각나더라고요. 마라톤으로 누군가를 도와보자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춘천 마라톤을 포함해 각종 마라톤 대회 풀코스를 36회 뛴 문 교수는 매번 1m를 달릴 때마다 10원씩 기부하는 '1m 10원' 운동을 실천했다. 아내인 이혜경(61) 용인송담대 교수와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40) 등이 문 교수의 뜻에 동참해 함께 달렸다. 그동안 문 교수가 '1m 10원' 캠페인을 벌이며 지인들을 설득하고 자기 주머니를 털어 마련한 기부금만 5200만원이다. 올해는 마지막 '춘마'라 특별히 기부 방식을 '1m 20원'으로 정했다. 그가 기술고문으로 있는 두 기업(스펙스·위즈블)에서도 후원을 받아 총 500만원을 기부할 계획이다.

    문송천 교수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뛰는 데에만 몰두하는 현실이 아쉽다고 했다.

    "런던 마라톤에선 기부금으로 매년 60억원 정도가 걷힌다고 합니다.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며 달렸으면 좋겠어요. 달려서 남 준다, 얼마나 멋진 일입니까."

    협찬 : SK하이닉스·SK텔레콤·아식스·신한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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