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준호의 뉴스 저격] 석유전쟁 할테면 해봐! 미국의 배짱 뒤엔 '셰일오일'

입력 2018.10.26 03:13

내달 미국의 이란 원유수출 제재 본격화되면… 국제유가 더 뛸거라는데…

국제 유가가 올 연말 다시 배럴당 100달러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브렌트유는 이달 3일 86.29달러까지 치솟아 2014년 10월 29일(배럴당 87.12달러)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다음 달 이란의 원유 수출에 대한 미국 제재 등이 본격화하면 유가는 더 뛸 가능성이 높다. 이 와중에 셰일오일이 국제 유가 상승을 억제할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견인차는 세계 최대 셰일오일 생산국인 미국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저금리로 대규모 투자를 한 미국은 셰일오일 증산에 힘입어 이미 세계 1위 산유국이 됐다. 셰일 에너지는 국제 질서의 지각 변동까지 촉발하고 있다.

美 셰일오일, 쿠웨이트 하루 원유 생산량의 두 배

텍사스주 서부와 뉴멕시코주 동부에 걸쳐 있는 사막지대인 퍼미언 분지는 미국의 셰일오일 파워를 보여주는 현장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과 산업분석 전문 기업 '우드 매켄지'는 "퍼미안 분지의 셰일오일 생산량이 올해 330만 배럴에서 내년엔 390만 배럴, 2023년엔 540만 배럴로 늘어나고 향후 10년간 퍼미언이 미국 석유 생산량 증가의 3분의 2, 세계 석유 생산량 증가분의 4분의 1을 차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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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한 셰일 유전에 설치된 원유 시추기. 미국 셰일 업계는 기술 혁명에 바탕한 생산성 향상으로 OPEC의 저가 공세를 이겨냈다. 셰일오일 증산에 힘입어 에너지 자립을 이룬 세계 최대 산유국 미국의 패권에 맞설 나라는 당분간 없어 보인다. /미국 지역공동체 환경보호기금
셰일오일 생산지가 오클라호마와 뉴멕시코주, 와이오밍·몬태나·노스다코타주 등 중북부로 확대되는 것도 주목된다. EIA는 "미국 셰일오일 하루 생산량이 660만 배럴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전체 원유 생산량의 절반 정도이며 쿠웨이트 하루 원유 총생산량의 두 배 수준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 미국의 셰일오일 일평균 생산량이 1160만 배럴에 달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 에너지부는 셰일오일과 별도로 자국 내 매장된 셰일가스가 25조㎥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석유나 다른 가스 에너지와 함께 사용할 경우 약 200년간 쓸 수 있는 양이다.

OPEC의 枯死 공세를 '생산성 향상'으로 극복
미국 에너지 생산량 그래프
셰일(Shale·혈암)은 지표면에서 3000m쯤 깊은 곳에 두께는 얇지만 넓은 면적에 형성돼 있는 암반층을 일컫는다. 2004년 텍사스의 중소 석유 회사 회장인 조지 미첼이 수압(水壓)으로 지반을 파쇄하는 프래킹(fracking) 기법을 자체 개발했다. 그의 성공을 본 독립 에너지 기업들이 셰일오일·가스 채굴에 뛰어들었고 2011년부터 생산이 본궤도에 올랐다.

하지만 국제 유가가 배럴당 50달러대로 떨어지자, 사우디아라비아는 셰일 산업 고사(枯死)를 노려 과잉 공급을 계속해 2016년 초 30달러대까지 추락했다. 결국 2015년부터 2년간 미국 셰일 기업 114곳이 파산 신청을 했고 20여만명이 업계를 떠났다.

그러나 미국 셰일업계는 사우디를 주축으로 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공세를 이겨냈다. 비결은 부단한 연구 개발과 운영 개선 같은 기술 혁명이다. 이를 통해 3년 새 생산성을 두 배 가까이 높였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박사는 "넓은 지역에 골고루 유정(油井)을 설치한 후 지하 2~4㎞까지 내려가 암반층을 강력한 수압으로 부수고 셰일 에너지를 채굴하는 수평시추법과 결합한 수압파쇄법은 미국의 기술력이 세계 최고"라고 했다. 석유 메이저인 '셸'은 신규 개발하는 셰일 유전의 손익분기점 목표를 배럴당 20달러로 잡고 있다. 이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달러까지 떨어져도 셰일오일 생산이 가능하다는 의미로, 미국 '기업가 정신'의 승리로 평가된다.

향후 200~300년어치 셰일오일·가스 매장

올 8월 미국은 매일 평균 약 1090만 배럴의 석유를 생산해 세계 1위 산유국이던 러시아의 하루 생산량(약 1080만 배럴)을 추월했다(미국 EIA 자료). 한때 최대 석유 수입국이던 미국이 2008년 셰일오일 첫 시추 10년 만에 세계 1위 산유국이 된 것이다. 원유 수출도 늘어 올해 1~5월 미국의 일평균 원유 수출량(167만6000배럴)은 2015년 같은 기간 대비 340% 증가했다.

미국 텍사스의 한 셰일 유전에서 엔지니어들이 시추 장비를 설치 중이다. 미 에너지부는 자국 내 매장된 셰일가스가 25조㎥에 달한다고 했다. 이는 석유나 다른 가스 에너지와 함께 사용할 경우 약 200년간 쓸 수 있는 양이다.
미국 텍사스의 한 셰일 유전에서 엔지니어들이 시추 장비를 설치 중이다. 미 에너지부는 자국 내 매장된 셰일가스가 25조㎥에 달한다고 했다. 이는 석유나 다른 가스 에너지와 함께 사용할 경우 약 200년간 쓸 수 있는 양이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시추·개발 기술 향상과 인프라 확충·신규 유전 개발 등에 힘입어 미국의 셰일 에너지 혁명은 가속도를 내고 있다. 신현돈 인하대 교수(에너지자원공학)는 "미국 셰일오일은 시추에서 생산까지 걸리는 기간이 과거 2~3년에서 6개월 미만으로 짧아져 국제 유가 변동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게 강점"이라고 했다. 최근엔 로키산맥 인근 지역에서 미국이 300년간 쓸 수 있는 약 2조 배럴의 셰일오일 매장이 드러났다. 이에 미국이 2년 후부터 석유와 가스를 수입하지 않고 자급자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투자, 일자리… 셰일에너지가 美 제조업 부활의 엔진]

메건 오설리번 하버드대 교수는 미국의 셰일 에너지 혁명이 지구정치를 뒤집어 놓고 있다고 진단한다. 식량과 에너지 두 가지를 모두 자급자족하는 최초의 대제국인 미국의 패권에 맞설 나라가 당분간 없을 것이라는 근거에서다.

1970년대 오일 쇼크 후 미국은 30여 년간 안정적인 중동산 원유 수입을 위해 호르무즈해협에 항공모함 두 척을 상시 배치하는 등 매년 3000억달러의 국방비를 썼다. 그러나 셰일 에너지로 에너지 독립을 이룸에 따라 더 이상 중동·남미·러시아 등의 눈치를 보지 않고 무역 적자도 크게 줄이게 됐다.

저렴한 셰일 에너지를 원료로 한 화학플랜트 공장을 지으려는 일본·한국·대만·사우디 석유화학 기업들의 미국 진출이 늘어 설비투자 붐과 일자리 창출도 활기를 띠고 있다. 또 미국 내 휘발유·전기 요금과 생산 단가까지 내려 해외로 나갔던 미국 기업의 국내 귀환이 촉진되고 있다.

캘 둘리 미국 화학협회 회장은 "지난해 미국 내 설비투자의 절반이 화학 플랜트였다"며 "셰일 에너지가 미국 제조업 성장의 강력한 엔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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