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명 백인 우월주의자 리처드 스펜서가 자신의 부인을 신체적·정신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고소당했다고 24일(현지 시각)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스펜서는 백인 우월주의를 부추기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후보였던 2016년 "만세, 트럼프"를 외치며 나치식 인사를 해 논란의 인물이 됐다.

미국 몬태나주(州) 플래트헤드 카운티 지방법원에 제출된 스펜서와 부인 니나 쿠프리아노바의 이혼 서류에 따르면 스펜서는 부인 목을 조르거나 머리를 움켜잡는 등 학대를 해왔다. 스펜서는 부인을 향해 "유전적으로 결함이 있다"거나 "기생충"으로 불러왔다. 어린 딸이 보는 앞에서도 언어폭력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스펜서는 부인에게 자살을 종용하는 말을 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유명 백인 우월주의자 리처드 스펜서.

또 부인은 임신 중에 주먹으로 때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4년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 스펜서가 그의 체중을 실어 나를 짓누르고, 목과 턱을 부여잡았다. 2017년 둘째 임신 9개월이 됐을 땐, 얼굴을 때리기도 했다"고 했다.

스펜서는 여성 혐오적인 발언도 했다. 부인은 스펜서가 "여자가 알아듣는 유일한 언어는 ‘폭력’이다"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나는 유명하지만 넌 그렇지 않고, 나는 중요하지만 넌 그렇지 못하다"고 했다고 했다.

부인은 스펜서가 보여주는 학대 행동과 음주, 그가 속한 백인 우월주의 단체의 정치적 활동이 자녀에게 해로운 영향을 끼친다고도 주장했다. 또 지난해 둘째 아이를 출산했지만 스펜서는 자녀 양육에 신경 쓰지 않고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은 채 자신을 떠났다고 주장했다. 수도세·전기세·의료비·휴대전화 요금 등도 제때 내지 못해 둘째 아이가 태어나기 직전을 포함해 건강보험이 세번이나 중단됐다고 했다.

스펜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스펜서는 가디언에 "내가 누군지 잘 몰라서 하는 주장"이라며 "구체적인 사안에 관해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스펜서와 부인 쿠프리아노바는 2010년에 결혼했다. 2017년 7월부터 별거에 들어갔으며 슬하에 두 아이를 두고 있다. 러시아 극우파와 친분이 있는 쿠프리아노바는 스펜서와 결혼해 그의 견해를 옹호하기도 했다.

스펜서는 ‘미국판 일베’라 할 수 있는 ‘알트라이트(alt-right)’의 싱크탱크인 ‘국가정책연구소(NPI)’를 운영하는 인물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로, 2016년 미국 대선 운동 기간 오른손을 앞으로 높이 치켜드는 나치식 인사와 함께 "만세, 트럼프(Hail, Trump)!"를 외쳐 유명해졌다. ‘만세, 트럼프’는 ‘만세, 히틀러(Hail, Hitler)’에서 가져온 나치 구호에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넣은 것이다.

그는 지난해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날 거리에서 방송 인터뷰를 하다가 복면을 한 남성에게 주먹으로 얼굴을 얻어맞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