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前과 180도 바뀐 법제처의 '해석'

조선일보
  • 윤형준 기자
    입력 2018.10.24 03:07

    2007년 남북 총리 합의 땐 "10·4 선언 후속 조치이지만 사업계획 확정적, 국회동의 필요"
    문재인·노무현이 몸담았던 '법무법인 부산' 출신 김외숙 처장 임명 후 줄곧 '코드 해석' 논란

    김외숙 법제처장

    법제처는 '평양 공동 선언'이 '판문점 선언'의 후속 조치이기 때문에 국회 비준 대상이 아니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법제처는 2007년 노무현 정부 때 10·4 선언에 대해선 "남북 정상 간의 '선행 합의'는 국회 비준 동의 대상이 아니며, 후속 합의(총리 회담 합의서)는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했었다. 11년 전과 해석이 크게 달라진 것이다. 자유한국당 정양석 의원실에 따르면 법제처는 지난 2007년 '10·4 선언'에 대해 "국가나 국민에 대한 재정 부담의 여부, 규모 및 방법을 확정할 수 없고, 입법 사항의 여부도 확정하기 어렵다"며 국회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이후 채택된 '남북 총리 회담 합의서'에 대해선 "(10·4 선언의) 후속 조치이지만 재정 규모가 정확하게 나타나지 아니한다 하더라도 사업 계획이 확정적"이라며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런데 이번에 판문점 선언을 구체화한 평양 공동 선언에 대해선 "후속 조치"라는 이유로 동의가 필요 없다고 해석했다.

    야당은 "법제처가 정권 입맛에 맞는 유권해석을 내리는 게 아니냐"며 김외숙〈사진〉 법제처장을 겨냥했다. 김 처장은 지난해 6월 처장 임명 전까지 문재인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몸담았던 '법무법인 부산'에서 변호사로 근무했다. 김 처장은 2012년 대한변협신문 기고글을 통해 "내가 아무런 연고도 없는 부산에 와서 변호사를 시작하게 된 건 순전히 M 변호사(문 대통령) 때문"이라고 했었다.

    김 처장은 그간 '코드 유권해석' 논란을 빚기도 했다. 지난 5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 경호와 관련해 "대통령 경호처가 계속 경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게 대표적이다. 당시 야당이 이 여사에 대한 경호처 경호 기간(15년)이 만료됐는데도 경찰 대신 청와대가 계속 경호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비판하자, 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경호처가 경호할 수 있다"고 밝힌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이 '가이드라인'을 내리고, 김 처장이 따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판문점 선언이 국회에 발이 묶인 상황에서 평양 선언까지 국회 비준 동의를 추진하게 되면 '산 넘어 산'이 될 수 있다는 여권의 판단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고 했다. 여당은 법제처 판단이 나오기 전부터 "평양 공동 선언은 별도의 국회 비준 절차가 필요 없다"고 주장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