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재정적자를 확대한 이탈리아 정부의 내년 예산안 승인을 거부했다. EU가 회원국의 예산안 변경을 요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U집행위원회는 23일(현지시각) 이탈리아가 제출한 내년 예산안을 거부하고 3주 내로 새로운 예산안을 제출하도록 요구했다고 밝혔다. 3주간 논의기간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규정에 따라 과징금을 부과할 수도 있다.

주세페 콘테(오른쪽) 이탈리아 신임 총리가 오성운동 대표인 루이지 디 마이오와 악수하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EU의 잇따른 경고에도 당초 계획보다 재정적자를 대폭 늘린 내년도 예산안을 제출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2.4%로 설정했다. 이는 전임 정부 계획보다 3배 많은 수준이다.

이에 앞선 18일 EU는 이탈리아의 내년 예산안은 국가 채무의 건전한 관리를 규정한 EU의 원칙을 어긴 것이라는 내용의 서한을 이탈리아 정부에 보냈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이에 대해 "2.4% 재정적자는 우리가 진지하게 준수하려는 한계치"라고 답했다.

EU는 이탈리아가 부채를 관리하지 않고, 기본소득 도입, 감세 등 재정확장 정책만 쓰면 그리스식 채무 위기가 닥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서유럽 최초 포퓰리즘 정권인 이탈리아의 부채 규모는 GDP 대비 131%로 그리스에 이어 두번째로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