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끔한 복지부, 어린이집 4만곳 전수조사

입력 2018.10.23 03:01

학부모 불안에 점검 나섰지만… 지자체 공무원 한명이 50곳 관리
6兆 보조금 모니터링은 겨우 3명

"세 살배기 딸이 어린이집만 다녀오면 허겁지겁 밥을 먹는데 알림장엔 늘 '밥 잘 먹음' 칸에 표시가 되어 있어요."(백은경·가명·29·경기도 의정부)

"출산 후 직장 복귀한 지 석 달인데, 집 근처 국공립 어린이집 0세반은 아직도 대기 번호가 100번이 넘어요. 오지 말란 얘기죠. 자리가 나도 걱정이에요. 여름만 되면 어린이집 차에서 죽은 아이 얘기 나오고 한 달에 한 번씩 '어느 지역 어린이집에서 아동 학대 발생했다'는 뉴스가 나오잖아요."(이재경·가명·34·경기도 시흥)

허술한 감시망
최근 보육 비리가 잇따르자 화난 엄마들이 쏟아낸 불만이다. 지난주 사립 유치원 비리 백태가 드러난 게 진앙(震央)이다. 당장 문제가 된 건 유치원이지만 어린이집 보내는 엄마라고 분노와 불안이 덜하지 않다. 복지부는 22일 "내년 상반기까지 전체 어린이집을 조사하고, 그와 별도로 부정 수급이 의심스러운 어린이집 2000여 곳을 골라 12월 중순까지 집중 점검하겠다"고 밝혔지만, 불안을 가라앉히긴 역부족이다.

일단 외견상으론 유치원보다 어린이집 쪽이 부정 수급 규모가 작다. 최근 5년간 전국 유치원 다섯 곳 중 한 곳이 세금 269억원을 부정 수급했지만(8987곳 중 1878곳·21%), 비슷한 기간 어린이집은 100곳 중 3곳이 58억원을 잘못 쓰는 데 그쳤다(3만9350곳 가운데 1263곳). 한 해 적발 건수도 2014년 650건에서 지난해 165건으로 줄어드는 추세였다.

하지만 이런 수치가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는지 의문이라는 전문가가 많다. 어린이집은 복지부 소관이지만 실제 운영과 점검 등은 지자체가 담당한다. 지자체가 점검 내용을 '보육 통합 정보 시스템'에 올리면, 복지부와 복지부 산하 사회보장정보원이 함께 관리한다.

문제는 입력 내용을 보고 의심스러운 곳을 찾아내는 감시망이 부실하다는 점이다. 국회 김상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어린이집 보조금·보육료가 연간 6조5000억원인데, 부정 수급을 상시 감시하는 사회보장정보원 담당자는 고작 3명"이라며 "이들이 다른 민원 처리도 함께 하고 있어 과연 제대로 모니터링이 될지 의문"이라고 했다.

지자체 점검부터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전국 지자체들은 최근 3년간 연평균 3만1688곳의 어린이집에 대한 정기 점검을 실시했다. 2014년부터 작년까지 급식·위생 적발 건수도 줄고(667곳→419곳), 안전 분야 적발 건수도 감소했다(702곳→343곳·남인순 의원 자료).

이처럼 서류상으로 어린이집 상황이 나아진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어린이집 안전사고는 2013년 4209건에서 작년 8467건으로, 아동 학대 사고는 같은 기간 202건에서 776건으로 두세 배씩 늘어났다(이명수 의원 자료).

어차피 지자체가 어린이집을 꼼꼼히 점검하리라고 기대하는 게 무리인 측면도 있다. 지자체 공무원 1인당 평균 50곳의 어린이집을 맡아, 어린이집 회계부터 급식·위생과 아동 학대 사례 처리까지 모두 들여다봐야 하는 구조다.

한편 정부가 부정 비리 유치원들에 대한 감사와 처벌을 위한 법 개정에 나서자, 일부 유치원이 아예 폐원하거나 휴업하겠다고 나서 학부모들이 우려하고 있다. 일단 휴업하거나, 폐원 후 아예 놀이 학교(일종의 학원)를 차리겠다는 유치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법에 따르지 않고 마음대로 폐원하는 유치원은 엄정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유치원은 유아들의 학습권을 보호하기 위해 학기 중에 폐원할 수 없고, 폐원하더라도 교육청 인가를 받아야 한다.

정부·여당은 오는 25일 당정 협의를 거쳐 사립 유치원 비리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사립 유치원 비리 내용을 공개했던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이날 "(대책 법안에) 비리 유치원이 간판만 바꿔 달고 운영을 계속하는 이른바 '간판 갈이'를 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을 분명히 할 것"이라며 "또 사립 유치원도 공립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에서 쓰는 국가 회계 시스템(에듀파인)을 쓰도록 명시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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