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경기 윗선' 핑계 대며 소음 민원"…이재명 "재발 막겠다"

입력 2018.10.22 16:15

"한국 사회가 동맥경화에 빠져있는 것 같아요. 다 병목 현상이에요."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을 맡고 있는 이국종(사진) 교수가 22일 구조헬기 소음 민원에 대한 고충을 토로했다. 민원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소음 민원인에게 헬기 기장 등 현장 대원들의 개인 연락처를 알려줘 현장 대원들이 욕설 등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민원 담당 공무원들이) 핑계로 제일 ‘윗선’을 댄다"고 말한 이 교수는 "경기도의 제일 윗분, 그러면 (이재명) 경기지사 말하는 거냐"는 질문에 "그것 말고도 (공무원들이) 윗사람 핑계 대며 안 하는 게 굉장히 많다"고 답했다.

그러자 이 경기지사는 트위터를 통해 "소음 민원 때문에 생명을 다루는 응급 헬기 이·착륙에 딴지 거는 공무원이라니.."라며 "엄정조사해 재발을 막겠다"고 했다.

◆이국종 "구조헬기 시끄럽다고 민원 들어와… 다 죽으라는 소리"
이 교수는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충남 서산 앞바다에 ‘닥터헬기’(응급의료 전용 헬기)로 출동하던 중 겪었던 일을 언급했다. 이 교수는 "소방상황실에서 메시지가 왔는데 병원 바로 앞 아파트에서 민원이 계속 들어오고 있으니까 주의하라'고 했다"며 "하지만 분명한 건 헬기 소음이 앰뷸런스 소음보다 특별히 크거나 그렇지 않다. 데시벨 같은 걸 측정한다. 그러면 그렇게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단국대병원에 있는 닥터헬기 모습./조선일보 DB
"주택가 등을 피하도록 경로를 바꾸면 안 되느냐"는 질문에 이 교수는 "회전익 항공기 비행 특성상 바람 방향에 민감하다"며 "착륙할 때 바람을 안고 착륙해야 하기 때문에 방향을 바꿔 강풍에 휘말리게 되면 우리는 모두 추락해서 사망할 수밖에 없다. 소음을 내지 않기 위해 돌아가라는 건 죽으라는 소리"라고 했다.

이 교수는 민원이 현장 대원에게 떠넘겨지는 상황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민원인들이 파일럿, 기장들 전화번호까지 확보해서 그쪽으로 직접 전화를 건다"며 "그런데 (현장 대원 전화번호를 알려준 이유로 공무원들이) 제일 윗선을 댄다. '이번에 신임 누가 선출됐다. 그런데 그분은 이런 것(민원)을 싫어하신다. 언론에 예민하다'는 핑계를 댄다"고 했다.

"지금 경기도의 제일 윗분이 민원에 민감하다는, 그러면 경기지사를 말하는 거냐"는 질문에 이 교수는 "그것 말고도 윗사람 핑계 대며 안 하는 게 굉장히 많다"고 답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한국 사회에서는 이게 뿌리내릴 수 없는 시스템이구나. 이런 생각이 더 많이 든다. 민원을 핑계 대면서 헬기장 있던 것을 닫아버린다"며 "한국 사회가 동맥경화에 빠져있는 것 같다. 다 병목 현상이다. 워낙 동맥경화가 심해서 저 같은 사람의 노력만으로는 (해결이)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에도 고충 토로한 이 교수 "김밥에 모래 들어갔다고 헬기 민원 온다"
이 교수가 헬기 소음 민원에 대한 고충을 털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교수는 지난해 8월 CBS 프로그램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서 "런던은 병원 헬기장 바로 옆이 주택가다. 헬기들은 주택가에 그냥 내려앉는다. 일본, 미국의 경우도 그렇다. 하지만 한국은 구조헬기가 등산객 사이로 날아가면 김밥에 모래 들어갔다고 민원을 넣는다"며 자신이 받은 구조헬기 소음 관련 민원 공문을 공개했다.

이국종 교수가 받았다고 공개한 구조헬기 소음 관련 민원 공문./CBS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방송화면 캡처
이 교수가 공개한 사진 속 공문에는 "외상센터 헬기장과 관련해 인접 주민들이 헬기 프로펠러 소음이 장시간 발생해 생활이 불편하다는 민원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헬기장 이전 또는 주거지 인접부분 방음벽 설치 등 관련 조치를 취할 것을 부탁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발언은 지난해 11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를 통해 귀순한 북한군 병사의 수술을 이 교수가 집도하면서 뒤늦게 화제가 됐다. 당시 "북한군 귀순 병사의 주치의인 이 교수가 영통구청으로부터 헬기소음 민원 공문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 한탄을 금치 못했다"며 권역외상센터에 대한 제도적·환경적 지원을 늘릴 것을 주장한 국민청원이 올라왔ㄷ. 이 청원은 참여인원 20만명을 넘겨 지난 1월 15일 청와대의 답변을 받았다.

당시 답변자로 나선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현재까지 권역외상센터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행정적 지원과 제재를 하는 장치 자체가 미비하다"며 "그 일을 전담하는 인력을 좀 더 보강해서 행정부 차원에서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답했다.

◆이재명 "생명 다루는 응급헬기에 딴지라니… 엄정조사해 재발 막겠다"
이 지사는 이 교수가 헬기의 소음 민원과 관련, '경기도 제일 윗선'을 언급한 데 대해 이날 오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사과했다.

지사는 <이국종의 울분 "높은 분은 중요하고 우린 죽어도 되냐">는 제목의 기사를 공유하며 "소음 민원 때문에 생명을 다루는 응급 헬기 이·착륙에 딴지 거는 공무원이라니.. 더구나 신임 지사 핑계까지"라고 했다. 이어 "이재명의 ‘생명안전중시’ 도정 철학을 이해 못 하거나 정신 못 차린 것"이라며 "사과드리며 엄정조사해 재발을 막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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