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선의 워싱턴 Live] 2차 美北 정상회담 내년 1월 초순 추진

입력 2018.10.22 03:00

美소식통 "1월 10일 이전 열릴듯"
김정은 생일인 8일 전후 가능성

강인선의 워싱턴 Live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2차 미·북 정상회담 날짜를 내년 1월 초순으로 결정했으며 조만간 북한에 제의해 날짜를 확정할 계획인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장소는 최종 결정되지 않았으나 정상회담 날짜는 내년 1월 10일 이전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렇게 되면 2차 정상회담은 김정은 생일(1월 8일)을 전후해 개최될 수도 있다. 미·북 정상회담이 내년 1월 초순으로 결정되면 김정은의 연내 서울 방문 일정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9일 멕시코시티에서 가진 VOA(미국의 소리)방송과 인터뷰에서 미·북 정상회담이 '조만간(very near future) 열릴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두 나라 정상 모두에게 적합한 날짜와 시간, 장소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트럼프 행정부 고위 당국자의 말을 인용, 정상회담이 "내년 1월 1일 이후가 될 것 같다"고 보도해 당초 예상보다 늦춰졌음을 확인했다. 비핵화와 2차 정상회담 준비를 논의하기로 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간 실무 회담이 계속 지연되면서 예상됐던 일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VOA 인터뷰에서 북한과 고위급 협상 계획을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앞으로 열흘을 전후해(in the next week and a half or so) 고위급 회담이 여기(here)서 열릴 것이다. 매우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에선 11월 내에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이 '여기'라고만 지칭한 고위급 회담 장소는 뉴욕이나 워싱턴일 가능성이 크다. 지난 5월 말 김영철 북한 통전부장이 뉴욕을 방문해 폼페이오 장관을 만났던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폼페이오 장관의 협상 상대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나 김영철일 가능성이 높다. 고위급 회담 시기는 11월 6일 중간선거 이후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일부에선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도 김정은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의 방미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폼페이오 4차 방북 때 김정은-폼페이오 면담에 배석한 것으로 보아 의전을 넘어 정책 분야까지 역할을 확대한 것 아니냐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워싱턴 외교가에서 김여정의 방미(訪美)는 "먼 미래에나 가능한 일"이라는 의견이 많다. 미·북 비핵화 협상의 실질적 진전이 없는 상태이므로 김여정이 등장할 만큼 분위기가 무르익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비건-최선희 실무 채널이 가까운 시일 내에 가동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선희는 폼페이오 방북 당시 비건이 동행하는 것을 알고도 평양을 비워 라인 가동이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미국은 폼페이오 방북 직후 북한에 지난 15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만날 것을 제안했으나 북측으로부터 아직도 답을 듣지 못했다.

북한이 20일 조선중앙통신의 논평을 통해 미국이 두 얼굴로 북한을 상대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은 이 같은 북한의 고민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 논평은 미국이 폼페이오 방북으로 큰 성과를 거뒀다고 하면서도 대북 제재와 관련해선 '험한 표정'을 짓고 있다면서 "웃는 얼굴과 퉁명한 얼굴 중에 어느 것이 미국의 진짜 얼굴인가"라고 했다.

워싱턴의 한 전문가는 본지 통화에서 "북한은 실무 협상을 한 후 정상회담으로 올라가는 '보텀업(상향식) 방식'을 꺼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은 입장에서 볼 때 트럼프 대통령은 통 크게 무엇이든 해줄 것처럼 말하는데 참모들은 대통령 뜻과 달리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서 혼란스럽고 신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 전문가는 "북한은 미국 강경파들과 실무 협상을 해 발이 묶이기보다는 정상회담을 통해 트럼프의 즉흥성을 공략하는 쪽을 추구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처럼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상대할 때 더 얻을 것이 많다고 본다는 것이다.

폼페이오의 4차 방북 직후 한국에선 '중간선거 전 전격적인 미·북 정상회담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워싱턴에선 "경호와 대통령 일정 등을 감안할 때 물리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회의적이었다. 김정은이 '미·북 정상회담을 중간선거 이전에 하면 트럼프에게 유리하지 않겠느냐'며 '일찍 만나줄 수도 있다'는 제의를 미국 측에 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하지만 트럼프는 "지원 유세 일정이 바쁘다"며 "중간선거 이후에 정상회담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의 한 선거 전문가는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설사 선거 전에 열린다 해도 중간선거에서 트럼프와 공화당에 큰 힘을 실어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 "외교나 국제 문제가 중간선거의 큰 변수가 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당초 11월 셋째 주 스위스를 2차 정상회담 시기와 장소로 고려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1차 세계대전 종전 100년 기념행사 참석을 위해 프랑스를 방문하는 일정에 맞춰 스위스에서 김정은을 만나는 방안을 북측에 제의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측이 이동 문제 등을 들어 곤란하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미국은 2차 미·북 정상회담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분위기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네바다주 엘코에서 열린 중간선거 지원 유세에서 북한 문제를 언급하면서 "서두르지 마라. 잘될 것이다. 미사일 발사도 없고 인질들도 돌아왔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도 VOA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내린 전략적 결정과 더불어 국가의 번영을 위해 더 이상 핵무기가 필요하지 않다고 미국에 말한다는 건 북한 지도자로선 매우 어려운 도전"이라며 "북한이 이를 실행하는 건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북핵 문제 해결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을 각오하고 서두르지 않겠다는 것이다.

미국이 느긋하게 대처하는 배경엔 제재 효과에 대한 신뢰가 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트럼프 행정부가 집중하는 대북 제재는 평양의 엘리트들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에 효과가 있는 것"이라면서 "제재가 효과를 내고 있는데 미국이 북한과 협상이나 대화를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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