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방북 논의 와중에… 北 "성경책 무슨 필요 있겠는가"

조선일보
  • 윤형준 기자
    입력 2018.10.22 03:00

    그레이엄 목사 발언 왜곡해 주장
    교황 방북땐 체제 선전 악용 우려

    북한이 관영 매체를 통해 1990년대 두 차례 방북한 빌리 그레이엄 목사가 "조선 인민들은 그분(김일성)을 하늘처럼 받들고 있었다. 이러한 나라에 성경책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교황의 방북 가능성이 거론되는 시점에 '종교의 자유 확대'와는 거리가 먼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노동신문은 20일 '인민 중시 사상이 구현된 우리식 사회주의'라는 제목의 개인 필명 논설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레이엄 목사가 "그 나라에서는 인간 사랑이 국책으로 실시되고 있다"며 "인민을 하늘같이 여기시는 김일성 주석께서 내놓으시고 실천하시는 국책"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매체는 "이 세상에 전지전능한 존재가 있다면 그것은 하느님이 아니라 인민 대중"이라고도 했다.

    지난 2월 별세한 그레이엄 목사는 1992년과 1994년 방북해 김일성을 만났다. 외국인 목사로는 처음으로 평양에서 설교도 했다. 북한은 김일성 생일 등 계기가 있을 때마다 그레이엄 목사가 김일성을 신격화했다고 주장해 왔다. 그레이엄 목사 측은 2016년 워싱턴포스트에 "그런 발언을 한 적 없다"고 부인했다. 북한이 그레이엄 목사 사례처럼 교황 방북을 '체제 선전'에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교황 방북에 대한 교황청과 여권의 분위기는 엇갈렸다. 영국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은 18일(현지 시각) 기자들과 만나 "교황은 (북한) 방문을 꺼리지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이런 종류의 여행에는 진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황 방북에 대해 신중한 접근을 주문한 것으로 해석됐다.

    반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교황의 파격 메시지는 참모들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교황 방북을 기정사실화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교황의 방북 수락을 이끌어 낸 것은 가장 눈에 띄는 성과"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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