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층 살던 4세 남아·14세 여아 사망…10대 2명도 중태
한국인 5명·필리피인 1명 등 6명도 연기 흡입
원룸 1층 주차장서 발화…합동감식 통해 원인 조사
경남 김해시 한 원룸 건물에서 불이 나 우즈베키스탄 국적 A(4)군이 숨지는 등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21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 42분쯤 김해시 서상동 한 원룸 건물에서 불이 나 2층에 살던 A군이 연기에 질식해 병원으로 옮기던 중 숨졌다. A군 여자형제 B(14)양도 상태가 나빠 치료를 받다가 결국 사망했다.
A군 남자형제 B(12)군과 A군의 이종사촌인 13세 아이 등 2명도 같은 방에 있다가 연기를 많이 들이마셔 위중한 상태다. 한국인 5명과 필리핀인 1명 등 이 건물 원룸에 입주해 있던 6명도 연기를 마셔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숨지거나 위독한 이들 4명은 모두 같은 방에 있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아이들은 모두 한국말에 익숙하지 않아 불이 났다는 소리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해 사고 당시 미처 서둘러 피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 화재로 원룸 주변에 주차돼 있던 차량 7대와 오토바이 1대, 건물 250㎡(약 76평)이 불에 타 1억 8000만원(소방서 추정)의 재산피해가 났다.
불은 20여 분만에 진화됐지만, A군 등 어린이 4명은 빨리 대피하지 못해 피해가 컸던 것으로 소방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A군에겐 부모와 이모 등 성인 보호자 3명이 있지만, 불이 나기 전 시장에 가기 위해 자리를 비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A군과 오누이, 이종사촌의 성인 보호자는 취업 비자를 획득해 지난 1월 아이들과 함께 한국에 입국한 합법적인 체류자다.
소방당국은 이 원룸 건물 1층 주차장에서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소방당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관계 기관은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합동감식을 통해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4층 규모의 이 건물은 필로티(벽 대신 기둥으로 건물을 떠받치는 건축 공법) 구조로 지어졌다. 1층은 주차장으로 사용해 기둥만 있다. 한 층에 방이 5개 있고, 2층부터 4층까지 총 15가구가 입주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