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發 일자리 '도덕적 해이' 백태, 난장판 수준

조선일보
입력 2018.10.20 03:10

서울시 산하 서울교통공사에서 불거진 정규직 친인척 잔치판이 인천공항공사 등으로 번지면서 청와대 게시판에 '공공기관 전수 조사하라'는 청원이 접수됐다. 야당은 국정 조사를 추진한다. 취업 준비생들은 최종 합격까지 평균 14곳이 넘는 회사에 원서 접수를 해야 한다. 그런데 비정규직으로 쉽게 들어가 정부가 열어준 문으로 정규직이 될 수 있다면 누가 납득할 수 있나. 이 정부 들어 공공 부문에서 8만5000명이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이 속에 얼마나 많은 난장판과 엉터리가 있을지 짐작이 간다.

인천공항공사가 비정규직 1만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한 뒤인 작년 8월 한 협력업체에서는 임원의 조카 4명이 동시에 비정규직으로 입사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상무 아들, 부장 동생 등 비슷한 사례들도 나오고, 한 협력업체 중간 간부는 공항공사 정규직 전환을 노리고 계약직으로 신분을 바꿔 근무 중이라고 한다. 일부 공공기관에서는 직원들이 면접에 참가한다. 친인척 특혜 채용 길을 열어놓은 것이다.

민주노총은 한국전력의 협력업체 7곳에서 일하는 기술 인력 2750명을 한전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해주라고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 기업 정직원들을 처우가 더 나은 공기업 정규직으로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발전설비 정비· 전기계량 검침 등을 하는 한전산업개발은 직원의 40%인 1200여명이 한전 자회사 정규직으로 옮겨가게 돼 매출 3000억원이 넘는 상장 기업인데 공중 분해될 위기다. 도로공사는 정직원이 5000명인데 수납원 60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줘야 할 처지다.

대통령의 "공공 부문 비정규직 제로(0)시대" 선언에 따라 정부는 공공 부문 비정규직 20만5000명을 오는 2020년까지 단계별로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그러자 기관장들이 실적 올리기 경쟁에 나서 무분별한 행태를 벌이고 있다. 여기에 정치인 시장·지사들이 포퓰리즘에 가세하면서 극단적인 도덕적 해이까지 나타나고 있다. 박원순 시장의 정규직 전환 지시로 서울교통공사 식당·목욕탕 직원, 이용사까지 정규직이 됐다. 이들이 공사 업무와 어떤 관련이 있다고 정규직이 되나. 이렇게 도덕적 해이의 문이 활짝 열리니 직원들 친인척이 밀물처럼 밀려들어왔다. 서울교통공사 노조원이 사람 위에 올라타고 목을 졸라가며 정규직 전환을 요구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분위기 때문이다. 지금 상당수 공공기관은 민노총에 의해 장악된 민노총 놀이터가 되고 있다고 한다. 한국공항공사의 민간 협력업체 직원 150여명은 4000여명 비정규직 전부를 자회사 아닌 공사가 직접 고용하라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다 먹는 떡을 우리도 먹자는데 방해 말라'는 것이다.

정규직 전환을 둘러싸고 난장판이 벌어지는 와중에 청와대는 일자리 숫자 눈속임을 위해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들에 단기 알바 3만개를 급조하라고 지시했다. 세금을 퍼부어 만든 일자리도 대부분 세금 지원이 끊어지면 없어지는 가짜 일자리들이다. 일자리를 만든다며 작년과 올해 쓴 세금이 54조원이다. 이러고도 올해 만들어지는 일자리가 10만개도 안 된다고 한다. 그나마 가짜 일자리가 대부분일 것이다. 정치 포퓰리즘으로 경제 정책을 편 부작용은 이제 시작에 불과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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