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학교 떠난 아이에게 현금 20만원

조선일보
  • 한현우 논설위원
    입력 2018.10.19 03:16

    열여덟, 열여섯 두 여자아이가 같은 또래를 모텔로 데리고 다니며 성매매를 시켰다. 음란물도 만들었다. 성매매하고 받은 돈을 숨겼다며 변기 물을 마시게도 했다. 지난 7월 부산에서 10대 넷이 징역형을 받은 실제 사건이다. 가출한 아이들이 패밀리처럼 모여 산다고 '가출팸'이란 말도 붙었다. 걔들끼리 아빠·엄마 역할을 나눠 맡기도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가 이런 경우를 포함해 모두 28만명에 이르는 아이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국가 통계 어디에도 잡히지 않는다고 고발한 것이 2013년 8월이다. '학교 밖으로 사라진 아이들 28만명'이란 이 기획기사는 학령기 인구의 4%가 통계에서 사라졌는데 대책은커녕 현실 파악도 안 돼 있다고 폭로했다. 

    [만물상] 학교 떠난 아이에게 현금 20만원
    ▶그때 '학교 밖 청소년'이란 용어가 생겼다.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도 만들었다. 그전까진 '자퇴생' '중도 탈락자' '학업 중단자'라고 불렀다. 여성가족부가 그 아이들을 보살피는 정책도 만들고 '꿈드림'이란 지원센터도 전국에 세웠다. 검정고시를 보게 하고 복학을 독려하고 직업 알선도 챙겼다. 그러나 '학교 밖 청소년' 숫자는 줄지 않아 이태 전 조사로 35만8000명쯤 추산됐다.

    ▶서울시 교육감이 이 아이들에게 다달이 현금 20만원씩을 통장에 넣어 주겠다고 했다. 시범 실시를 해보고 결과가 좋으면 해마다 1만명 넘는 규모로 확대하고, 어디 썼는지 묻지도 않겠다고 한다. 학교를 떠난 뒤 연락처를 알 수 없는 아이에게 현금을 주면 '개인정보 수집 동의서'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이유다. 어이가 없다. 학교 떠난 아이가 '가출팸'이 되어 범죄자로 전락하는 걸 막으려면 대안학교를 더 세우거나 직업훈련 같은 장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 현실적인 지원이 필요하면 특정 용도로만 쓸 수 있게 바우처를 주면 된다. 현금을 줄 땐 사용 계획과 용처를 관리해야 한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저 현금 나눠주겠다는 그 빈곤한 상상력이 놀랍다.

    ▶이런 정책이 가능한 건 정부와 지자체가 돈을 주체하지 못하는 탓이다. 학생 수는 계속 주는데 교육 예산은 매년 는다. 지난 5년 서울 학생 수는 14% 줄고 교육청 예산은 같은 기간 23%나 늘어 올해 9조1513억원이 됐다. 종부세·담뱃세 같은 내국세의 20.27%를 무조건 떼어내는 지방교육 재정 교부금이 크게 불어난 덕이다. 선한 뜻으로 주면 그 돈이 선하게 쓰일까. 곧 투표권이 생길 아이들을 상대로 정치를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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