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가 올해에만 세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17일(현지 시각) 추가 인상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기준금리 인상을 반대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연준이 내부 정책을 고수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향후 트럼프 대통령과의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공개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미 연준은 "추후 금리의 점진적인 상승이 지속적인 경기확장과 고용시장 강세, 안정적인 인플레이션의 상황에 부합한다"고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의사록은 "이 같은 점진적인 경기를 급격하게 둔화시키고 인플레이션을 목표치 아래로 떨어뜨릴 수 있는 ‘지나치게 빠른 통화 긴축의 위험’과 ‘지나치게 완만한 대응이 초래하는 위험’ 사이에서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의사록에 따르면, 9월 26일 기준금리를 연 2~2.25%로 인상하는 결정을 내릴 당시, 연준 위원들은 만장일치로 금리 인상을 찬성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뉴욕 증시는 소폭 하락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0.36%,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0.03%, 나스닥 지수는 0.04% 하락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날 3.18%선 위로 상승했다.
이 같은 내용의 FOMC 의사록은 기준 금리 인상을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연준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와중에 발표돼 파장이 예상된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반대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미국 폭스 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도 연준을 "가장 큰 위협"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연준이 (정치적으로) 매우 독립적이기 때문에 따로 이야기하진 않지만, 연준은 금리를 지나치게 빠르게 인상하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10일에도 미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투자 심리 위축으로 증시가 3% 넘게 급락하자 "연준이 미쳐버렸다(the Fed has gone crazy)"라고 막말을 퍼부었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기준금리 인상은 정치 생명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11월 중간선거와 2020년 재선을 앞두고 경기 활황을 지속해야 하는 입장에서 금리인상은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며 글로벌 무역전쟁을 치르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인상은 달러화 강세를 초래하며 미국 무역수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연준이 의사록에서 긴축 기조를 내비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이 나온다. 마이크 로벤가르트 이트레이드 투자전략 부사장은 "금리 인상에 대한 대통령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연준은 그들의 의사에 집중한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