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면접관 취향은…" 취준생 공부할게 늘었네

입력 2018.10.17 03:00 | 수정 2018.10.17 16:19

기업 500곳 하반기 AI면접 실시… 답변 일관성·표정·음성 등 분석

최준기(27)씨는 지난 5월 SK브로드밴드에 채용형 인턴으로 지원했다. 회사 연수원에 마련된 면접장에서 최씨를 맞이한 것은 면접관이 아니라 컴퓨터 화면이었다. 이 회사가 도입한 인공지능(AI) 면접관이다.

컴퓨터는 1시간에 걸쳐 최씨가 자기소개서에 썼던 지원 동기, 본인의 장단점에 대해 질문했다. "친구가 약속에 늦었을 때 어떻게 반응할지 대화하듯 답해 보시오"라고 묻기도 했다. 컴퓨터 화면에 9가지 얼굴을 보여주며 "어떤 감정인지 맞혀라"고도 했다. 최씨는 "면접관 표정을 읽을 수 없으니 답변을 잘하고 있는지 가늠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서울 양재구에서 열린 AI 면접 시연회에서 행사 관계자가 프로그램 작동을 시연하고 있다(사진 위쪽).
지난 3월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서 열린 AI 면접 시연회에서 행사 관계자가 프로그램 작동을 시연하고 있다(사진 위쪽). 해당 프로그램은 지원자의 음성과 시선 등을 분석해 기업의 인재상과 유사한 사람인지를 평가한다. 아래 사진은 해당 프로그램이 작동할 때의 화면 /마이다스아이티
신입 사원 채용 과정에 AI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채용 비리가 논란이 되자 사람의 개입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AI 면접 프로그램을 만드는 기업인 마이다스아이티에 따르면 올 상반기 공개 채용에서 롯데·KT·쌍용자동차 등 400개 기업이 이미 AI를 이용한 채용 소프트웨어를 도입했다고 한다. 하반기 채용에서도 100개 기업이 추가 도입하기로 했다. 기업들은 AI를 이용해 지원자들의 자기소개서를 분석하거나, 면접장에 투입해 면접관 역할을 맡긴다. 취업 여부를 컴퓨터가 결정하거나, 최소한 기본 평가 자료를 만드는 상황이 된 것이다.

도입 초기다 보니 취업 준비생들은 "기준이 뭔지 모르겠다" "막막하다"고 했다. 취업 준비 모임에서는 'AI 면접 잘 보는 법'까지 공유한다. 김성현(28)씨는 지난 8월부터 취업 준비 모임 회원들과 함께 면접 연습을 하고 있다. 표정·말투·목소리 높낮이 등을 집중적으로 연습하고 있다. 이 모임에서는 "대답 도중 왼쪽 위를 보면 인공지능이 거짓말이라고 판단한다더라" "목소리를 한 톤 더 올려야 음성 인식이 더 잘된다" 같은 조언이 오간다고 한다. 김씨는 "AI 면접은 경험자가 적어 참고할 사례가 없으니 심리학 서적을 읽고 AI가 싫어할 유형에 대해 토론하기도 한다"고 했다.

대학생 박준구(27)씨는 지난달 한 기업에 낼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열정' '창의력'이라는 단어를 최대한 많이 넣었다고 한다. 이 기업은 AI 프로그램을 이용해 자기소개서를 분석한다. 박씨는 "이 회사 인재상이 '열정적인 사람' '창의적인 사람'인데, AI가 서류를 볼 때 이런 단어가 자주 노출되면 합격 가능성이 커질 것 같았다"고 했다.

AI를 채용에 도입한 기업들도 "AI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명확한 기준은 없다"고 말한다. 한 기업 인사 담당자는 "처음 도입하는 방식이라 회사 내부에도 어디까지 활용할지를 놓고 이견이 많다"며 "면대면(面對面) 면접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아니고, 최종 면접 전까지 전형을 공정하게 끌어가는 데 인공지능을 보조적으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다른 기업의 인사 담당자는 "대학 채용 설명회에서 'AI 면접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느냐'는 질문이 종종 나오지만, 우리도 고득점이 나오는 알고리즘을 몰라 답하기 곤란한 경우가 많다"고 했다.

기업들은 채용 과정에서 AI를 어디까지 활용하는지 공개하지 않는다. 한 인력 개발 업체 관계자는 "일부 기업의 경우 활용도가 미미한 것으로 안다"며 "대외적으로 '채용 과정이 투명하다'는 인상을 주려는 것"이라고 했다. 작년 5월 일본 도쿄의 인터넷 광고업체 셉테니 홀딩스는 AI로 '활약 예측 모델'을 만들어 신입 사원 최종 면접에 활용했다. 영국 런던에 있는 인력 회사 피니토는 구직자를 상대로 AI가 좋아하는 발음과 표정을 조언해 주는 대가로 9000파운드(약 1300만원)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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