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사유 구체적이지 않고, 예고 않은 해고 통지는 무효"

입력 2018.10.14 14:47

학교법인의 비위행위에 대한 정보를 수사기관에 제공했다는 이유 등으로 해고된 교직원 5명에 대해 법원이 "해고사유가 구체적이지 않고, 해고를 예고하지 않았다"며 부당한 해임 처분이라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김정중)는 전남에서 중·고등학교를 운영하는 H재단법인이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고 14일 밝혔다.

H재단은 지난해 6월 5일 소속교사 4명과 행정실 직원 등 5명에게 해임통고서를 보냈다. 이 재단은 해임통고서에 이들의 해고 사유로 각각 ‘교육청 감사와 경찰의 조사 과정에서 여러 미숙함이 드러나 현직에 적합하지 않다’, ‘여러 사정’이라고 적시했다.

재단 측 주장은 이렇다. 행정실 직원 A씨는 학교의 회계 횡령 혐의를 수사 중이던 경찰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해 관련 사실을 진술했는데, 재단 측은 "허위사실을 고지했다"고 봤다. 또 교사 4명은 학교 이사장과 교장과의 면담 내용을 녹취해 수사기관에 제공했는데, 재단은 이것이 "비위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들 교사 4명은 임금체불을 주장하며 광주고용노동청을 방문했다는 이유로 한 차례 징계위원회에 회부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해고된 교사 등 5명은 부당해고를 주장하며 지역 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냈고, 지역 노동위는 이를 인용했다. 재단은 이에 대한 재심 청구마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기각되자 법원에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 취소 청구 소송을 냈다. 재단은 "수사기관에 녹취 제공 등 비위행위를 했고, 교사들은 재단이 지급할 의무가 없는 체불 급여를 지급하라는 등 무리한 요구를 하며 분란을 일으켰다"며 해고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김씨 등이 비위행위를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H법인의 해고 조치가 근로기준법을 위반해 효력이 없다는 것이다. 근로기준법 제23조는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등의 조치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법인 측이 보낸 해임통고서에 기재한 해고 사유에 대해서 "‘교육청 감사와 경찰 조사과정에서 미숙함이 드러나 현직에 적합하지 않다’는 해임통고서 내용 만으로는 어떤 행위가 해고 사유가 되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고를 예고했다’는 H법인 측의 주장도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절차에서도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H법인은 "작년 6월 9일 이사회를 열어 정당하게 해임결의를 했고, 이에 따라 해고 예고 통지를 했으므로 해고에 절차적 위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근로기준법에서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는 경우 적어도 30일 전에 예고해야 하고, 그렇지 않았을 때에는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급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그러나 H재단 주장과 달리 지난해 6월 9일을 ‘해고 예고 통보일’이 아닌 ‘해고 통보일’이라고 판단했다. 해임통고서에 장래의 다른 날짜에 해고한다고 예고하는 내용이 없었고, 학교가 교육청에 ‘2017년 6월 9일 자로 해임하고, 같은 날 3명의 신규 교직원을 임용했다’고 보고한 사실 등이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6월과 7월 급여 부분은 해고예고 수당 지급인지 급여 지급인지 의미가 불분명하고 정확한 기간이 명시되지 않아 해고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면서 "따라서 이 사건 해임통고서는 해고 예고가 아닌 2017년 6월 9일자로 해고하는 통보로 봐야 한다"고 했다. 해고를 무효로 판단한 노동위의 재심 청구 기각 판정은 적법하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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