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산소·無동력 신화 '김창호 대장' 히말라야에 지다

입력 2018.10.13 14:39 | 수정 2018.10.13 20:22

"‘저 모퉁이를 돌면 어떤 게 나올까,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하는 궁금증이 항상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어요. 그러던 가운데 등산을 접하게 됐고 산의 매력에 완전히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산악인 김창호(49) 대장은 2013년 3월 히말라야 8000m급 14좌 완등을 앞두고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신기록을 앞두고 있기는 하지만 처음부터 14좌 완등을 목표로 여기까지 온 것은 아니다"며 "기록에 대한 욕심도 없다. 중요한 것은 등반 그 자체다"라고 말했다.

그는 무(無)산소, 무(無)동력 산악인이다. 산악계 용어로 ‘알파인 스타일(alpine style)’이라고 한다. 포터(짐꾼)나 지원조의 도움 없이 고정캠프나 고정 로프를 사용하지 않고, 산소 기구를 사용하지 않는 상태에서 베이스캠프를 출발해 자력으로 정상까지 계속 밀어붙이는 등반 방식을 말한다.

한국인 최초로 히말라야 14좌 무산소 완등에 성공한 김창호 대장./조선일보DB
김 대장은 2013년 한국인 최초로 히말라야 8000m급 14좌를 무산소로 완등했다. 앞서 2012년에는 아시아 최고의 알피니스트들이 받는 '황금피켈상 아시아'를 수상하기도 했다.

김창호 대장은 1969년 경북 예천에서 태어났다. 서울 시립대 무역학과에 입학한 후 우연히 산악부에 입회하며 산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그는 평소"산은 정복을 위한 대상이 아니다. 내가 가진 힘만으로 산에 오르고 싶다"고 자주 말했다고 한다.

1993년 그레이트 트랑고타워(6284m)를 완등하며 히말라야 도전을 시작했다. 김 대장은 이 등반 도중 80m를 추락해 갈비뼈가 부러지는 사고에도 끝내 완등했다. 본격적인 파키스탄으로의 행보는 2000년부터 2006년까지 1800일 동안이나 이어졌다. 그는 2012년까지 8000m급 13개봉에 16차례나 올랐고, 7000m급 2개봉을 세계 최초로 등반했다. 5000~6000m급 5개봉 역시 초등을 일궈냈다.

그는 지난달 28일 유영직(49·장비담당)씨와 이재훈(25·식량의료담당) 등 산악인 4명과 촬영감독인 임일진(49)씨와 함께 또 히말라야 등반길에 올랐다. 건강 문제로 대원 1명을 산기슭에 남겨둔 채 5명 네팔 구르자히말산 해발 3500미터 지점에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그러나 지난 12일 나무가 뽑힐만큼 강한 돌풍이 몰아치면서 눈사태가 일어나 변을 당했다. 이들은 13일 새벽 베이스캠프 근처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김 대장의 모토는 'from home to home(집에서 집으로)'였다. 가장 성공한 원정은 대원 모두가 집 문을 열고 나가서, 무사히 산행을 마친 뒤 문을 닫고 집에 들어오는 것이라는 뜻이다.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그의 소식에 대한민국은 슬픔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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