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궁금]17년만에 열리는 H.O.T. 콘서트에 'H.O.T'가 없는 까닭

입력 2018.10.13 11:00

‘2018 Forever High-five Of Teenagers Concert’

1세대 아이돌그룹 H.O.T.의 콘서트가 열리는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 주경기장에 홍보 현수막이 나부꼈다. H.O.T.는 오는 13~14일 이곳에서 17년만의 재결합 콘서트를 가질 예정이다.

현수막에는 ‘H.O.T.’ 대신에 ‘하이파이브 오브 틴에이저(High-five Of Teenagers)’라는 영어 문구가 적혀 있다. ‘하이파이브 오브 틴에이저’는 ‘10대들의 승리’라는 뜻으로, 그룹 ‘H.O.T.’는 이 말의 영어 앞 글자를 딴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하이파이브 오브 틴에이저’보다 ‘H.O.T.’라는 말에 더 친숙하다. 그런데 17년만의 재결합 콘서트에서 H.O.T.는 ‘H.O.T.’를 쓰지 못했다. 왜 그럴까.

H.O.T.는 1996년 9월 7일 MBC 예능 프로그램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에서 데뷔했다. 방송에서 문희준은 H.O.T.가 무슨 뜻이냐는 질문에 “하이 파이브 오브 틴에이저(High-five Of Teenagers)의 이니셜을 땄다"고 설명했다./ 유튜브 캡처
문제는 ‘상표권’에 있었다. 지금은 아이돌 그룹의 상표권은 대부분 기획사에서 등록한다. 남성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의 상표권은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소유하고 있다. 또 다른 아이돌그룹 ‘엑소(EXO)’의 상표권도 마찬가지로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 것이다.

그런데 1세대 아이돌그룹 ‘H.O.T.’가 데뷔할 당시인 1996년에는 이런 상식이 없었다. 현재 ‘H.O.T.’ 상표권은 SM엔터테인먼트에 몸담았던 연예기획자 김경욱 씽엔터테인먼트 대표 개인이 소유하고 있다. 가수 출신 이수만이 설립한 SM엔터테인먼트에서 프로듀서 역할을 하며 ‘2인자’대접을 받았던 김경욱씨는 이수만 사장이 경제사범으로 수사와 재판을 받게 되며, 2001년부터 2004년까지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대표이사로 재직했다. 이후 SM을 나와 씽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법무법인 건양의 최건 변호사는 "H.O.T.가 데뷔하고 활동하는 과정에서 김 대표의 역할이 컸다"면서 "상표권 사용에 대해 H.O.T. 멤버와 기획사 동의가 있었다면 김 대표가 상표권을 소유하는 것에 문제는 없다"고 했다.

특허청에 따르면 ‘H.O.T.’ 상표권은 1996년 10월 7일 출원, 1998년 5월 25일 정식 등록됐다. 만료일은 2028년 6월 2일까지다. 올해 기준으로도 상표권이 풀리기까지 10년이나 남은 셈.

17년만에 열리는 콘서트를 두고, 김 대표와 공연 주최사는 갈등을 빚었다. 김 대표가 H.O.T. 명칭 사용에 제동을 건 것. 지난 8월 김 대표는 공연 주최사에 "H.O.T. 상표권이 내게 있으니 사용료를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상표 사용료를 두고 양측은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공연주최사인 ‘솔트이노베이션’ 측은 "김 전 대표가 이번 콘서트에서 ‘H.O.T.’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높은 사용료를 요구했고, 끝내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며 "결국 ‘H.O.T.’ 대신에 ‘하이파이브 오브 틴에이저’라는 이름으로 콘서트를 열게 됐다"고 했다.

12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 앞. 13~14일 열리는 H.O.T.의 콘서트를 앞두고 입구에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현수막에 ‘H.O.T.’ 대신 ‘하이파이브 오브 틴에이저(High-five Of Teenagers)’라고 쓰여 있다./ 김민정 기자
하지만 앞으로는 ‘하이파이브 오브 틴에이저’라는 이름도 사용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김 대표가 지난달 18일 특허청에 ‘하이파이브 오브 틴에이저’도 상표권도 출원했기 때문이다.
‘하이파이브 오브 틴에이저’에 대한 상표권은 현재 특허청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최 변호사는 "특허청이 김 대표의 상표권 출원을 받아들인다면 H.O.T. 멤버들은 그 이후로는 ‘하이파이브 오브 틴에이저’라는 이름으로도 활동하지 못한다"라고 했다.
H.O.T. 멤버들이 이후 공연이나 방송활동에 완전히 새로운 이름을 써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지난달 인터넷 방송에 출연한 H.O.T./ 하이파이브오브틴에이저 콘서트 공식 인스타그램
H.O.T.의 소속사였던 SM는 이번 콘서트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는 않았다. SM의 자회사인 드림메이커가 투자사로만 참여했다. 현재 H.O.T. 멤버 5명 중 강타(본명 안칠현)만 SM 소속이다.
문희준·토니 안(본명 안승호)·이재원은 아이오케이컴퍼니, 장우혁은 WH CREATIVE에 소속돼 있다. SM 측은 H.O.T. 상표권에 대해 "홍보대행사에 물어보라. 너무 오래된 일이라 회사에 아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를 더 보시려면,

H.O.T.와 젝스키스… 같은 날· 같은 곳서 18년만에 맞붙어 손덕호 기자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