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청년이 27년간 숲에 잠적한 이유는?

조선일보
입력 2018.10.13 03:00

'숲속의 은둔자'
숲속의 은둔자|마이클 핀클 지음|손성화 옮김|살림|312쪽|1만4000원

미국 메인주의 거대한 노드숲. 인근 마을 주민들은 수십년간 집에 무단 침입하는 좀도둑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사라지는 물건은 돈이나 보석이 아니었다. 침대 옆 탁자 위에 올려둔 책이나 냉동고에 넣어둔 스테이크가 없어졌다. 사람들은 정체불명의 존재에게 '전설적인 숲속의 은둔자'라는 별명을 붙였다.

"엎드려!" 2013년 4월 4일 드디어 그가 경찰의 손에 붙잡혔다. 이름은 크리스토퍼 토머스 나이트. 당시 나이는 마흔여덟이었다. 27년간 주민들을 괴롭혔던 이 은둔자는 사람들의 상상처럼 수염이 길지도 않았고 코를 찌르는 체취도 없었다. 미스터리한 은둔자의 정체가 밝혀지자 언론은 앞다퉈 소식을 전했다. 평생 익명으로 살기를 바라며 숲으로 들어간 나이트는 아이러니하게도 메인주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 되었다.

저널리스트인 저자 마이클 핀클도 나이트에게 흥미를 보였다. 무작정 교도소로 편지를 보냈고 답장이 오면서 대화가 시작됐다. 직접 감옥을 찾아 그를 아홉 차례 만났고, 그의 은둔처가 있는 메인주를 일곱 번 방문하면서 나이트의 가족, 마을 주민들, 경찰까지 총 140명 이상을 인터뷰해 엮었다. 스무 살 청년이 갑자기 바깥세상과 연락을 끊고 숲속으로 걸어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 27년간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고 자연에서 버틸 수 있었던 비법들을 꼼꼼히 기록했다.

단순한 범죄 취재기는 아니다. 모든 것을 버리고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살기로 결심한 사내의 삶을 통해 고독과 생존, 관계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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