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BRT 재추진'의 함의는?...."정치 성향 달라도 정책 일관성 유지에 의미"

입력 2018.10.12 11:05

공론화위 공사재개 결론내
오거돈시장, 하루 만에 수용
"의도 않았으나 지방정치
후진성 벗어나는 첫 사례?"

공사 및 일부 운영, 지방선거 등을 거치는 지난 3년 간 논란의 대상이었다가 공사가 전면중단된 ‘중앙버스전용차로제(BRT)’가 당초대로 추진된다. 지난 10일 시민 공론화위원회가 64일간의 조사·숙의를 통해 ‘공사재개’로 의견을 내고, 11일 오거돈 부산시장이 이를 수용했기 때문이다. 공사재개는 중단됐던 BRT의 재추진을 의미한다.

’부산 BRT 정책결정을 위한 시민공론화위원회’가 지난 10일 부산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BRT 공사재개’ 의견을 밝히고 있다.
이 결정은 여러 가지 함의를 담고 있다. 부산시 측은 12일 "’BRT 정책 공론화’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최초의 시도"라며 "부산시의 각종 정책, 사업에 대한 시민공감대 형성 프로세스를 전면 개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BRT 결정’을 두고 부산시 주변, 지역 정가 등에선 다른 의미도 읽고 있다. ‘23년만의 지방권력 교체’, ‘낡은 과거와 단절’, ‘없었던 길은 가다’ 등 민선6기와 대립각을 분명히 세우고 있는 민선7기가 시의 정책적 일관성을 유지했다는 것이다. ‘오거돈호 시정’이 정치적 성향, 가치는 달라도 행정, 정책에 있어 합리적 선택을 한다는 걸 보여준 첫 사례라는 분석이다. .

사실, BRT는 서병수 전 시장의 역점 사업이었다. 서 전 시장은 BRT 때문에 "가족의 버스회사를 위해 BRT를 추진한다"는 악소문에 시달리고 "정책 방향을 수정하라"는 주변의 조언도 많았지만 "대중교통 이용활성화는 세계 대도시의 트렌드"라며 밀어부쳤다.

6·4지방선거에서도 공방이 됐고 서 전 시장이 낙선한 요인 중 하나로 꼽는 분석이 적지 않다. 때문에 ‘BRT 재추진’은 역설적으로 서 전 시장의 판단이 옳았다는 걸 증명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BRT는 서 전 시장의 전유물이 아니다. 대중교통 이용활성화를 위해 중앙 정부 차원에서 2009년부터 추진된 사업이고 민선5기인 허남식 전 시장 때 설계가 이뤄졌고, 민선6기인 서 전 시장이 실행했기 때문이다.

정치인 서 전 시장 역시 같은 당이지만 관료 출신 시장 16년과 차별화를 하기 위해 민선5기와 대립각을 세웠다. 그렇게 보면 BRT는 5,6,7기 민선 시장에 걸쳐 완성돼 가고 있는 정책인 셈이다.

또 ‘BRT 결정’은 새 단체장이 취임 후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전임 단체장의 흔적 지우기인 경우가 다반사인 한국 지방정치의 후진적 관행을 벗어나는 첫 단추일지도 모른다는 의미도 있다. 물론, 이런 의미 해석은 당사자들이 의도하거나 언명한 것이 아니다. 반대로 당사자들은 이런 의미 부여를 싫어할 수 있다. 그래서 첫 단추일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공론화위의 결정은 어찌 보면 원점으로의 복귀다. 선발된 141명의 시민들이 64일간 설명을 듣고 학습, 숙의를 해서 BRT 재추진을 결정했다. 1억7000여만원의 비용이 들었다. 일부 문제점에 대한 보완 의견을 냈지만 "하던 걸 그대로 하자"는 것이니 4개월 가량 만에 당초의 ‘BRT 추진’으로 되돌아 온 것이다. 이는 결국 "당초 BRT 추진이 맞는다"는 걸 확인해준 셈이기도 하다.

2009년 시작, 9년째 이어지고 있는 ‘BRT’는 부산시가 아이디어를 내 일방적으로 강행한 것은 아니다. 중앙 정부가 구상을 하고 부산, 서울, 대전, 세종 등 도시들이 동참해 조사 연구를 거쳐 노선을 정하고 추진됐다.

부산 BRT는 해운대 중동~동래 내성~서구 충무동, 부산진구 서면~사상구 괘법동 구간 등 7개 축 88.7km 구간에 2200억원을 들여 도입할 계획이다. 허 전 시장 때인 2013~2014년 설계를 거쳐 서 전 시장 때인 2015년 공사를 시작했다.

그동안 크고 작은 주민설명회가 10여 차례 열렸고, 부산발전연구원과 한국교통연구원 등이 타당성 분석 등을 했다. 그 결과, 노선이 정해졌고 사업 시작 6년만에 착공했다. 시민과 전문가들이 검토하고 검증한 뒤 사업이 진행됐다는 얘기다.

이를 뒤집어 보면 이번 공론화위의 결정은 당시 전문가와 시민들의 검토, 검증이 맞다는 걸 증명해준 것과 같다 할 수 있다. 당시 검토와 검증이 엉터리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 과정을 정치적 관점, 잣대로 보면 불신이 있을 수 있지만···.

따라서 이번 ‘BRT 결정’은 우리가 예전 진행되거나 거치는 타당성 연구 및 검토, 주민설명회 등이 완전히 엉터리는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한 사례다 할 수 있다. 때문에 "정부, 부산시, 공공기관들이 조사나 연구를 했다고 무조건 불신, 의심부터 하고 보는 게 능사는 아니다"라는 걸 역설적으로 드러내주고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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