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임창용 재판 개입한 현직 고법 부장판사…대법원, 견책 처분

입력 2018.10.12 10:41 | 수정 2018.10.12 15:23

정식재판 회부되자 "결정문 송달 보류" 지시
‘다른 판사 의견도 들어보라" 취지로 말하기도
대법 "직무상 의무 위반한 것" 징계처분 내려
해당 부장판사 "징계사유 의문…불복 소송"

대법원. /조선DB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수사기밀 유출 의혹에 연루돼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현직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야구선수 오승환·임창용씨 도박사건 재판 과정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 징계를 받았다.

대법원은 지난 4일 임성근(54·사법연수원 17기) 서울고법 부장판사에게 견책 처분을 내렸다고 12일 밝혔다. 법관징계법에 따르면 판사에 대한 징계 처분은 정직·감봉·견책으로 나눠진다. 견책은 가장 낮은 수위의 징계로, 서면 훈계만 이뤄진다. 법조계에서는 사안의 중대성에 비해 약한 징계가 내려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임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 재직하던 2016년 1월 약식명령이 청구됐다가 정식재판에 넘겨진 도박 사건과 관련해 재판에 개입하려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임 부장판사는 담당 판사였던 김모 판사가 사건을 정식 재판에 넘겼다는 사실을 알고, 사무직원에게 공판절차 회부 결정문 송달을 보류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서울중앙지검은 2014년 11월 말 마카오 카지노에서 4000만원대 도박을 한 혐의로 두 선수에 대한 약식명령을 법원에 청구했고, 담당 재판부가 이를 확정했다. 사건을 담당했던 판사의 애초 결정이 번복된 것이다. 담당 판사에게는 '다른 판사들의 의견을 더 들어보고 처리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라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법원은 "사법행정권의 정당한 범위를 벗어나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징계 사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임 부장판사는 "형법상 단순도박죄는 법정형에 징역형이 없고 벌금 1000만원이 상한으로 규정돼있는 범죄"라며 "김 판사가 당초 결정한 대로 재판에 넘기면 불구속 사건으로 지정돼 4~6개월 이후 공판기일이 지정되고 본안 재판에서도 벌금형을 선고할 수밖에 없는 사건"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차피 벌금형밖에 선고할 수 없는 사건인데 적어도 4~6개월이 소요되는 재판을 진행해 결과적으로 유명 야구선수의 미국 진출을 막았다는 등의 비판을 받을 것이 우려됐다"며 "이 때문에 김 판사에게 조언한 것"이라고 했다.

임 부장판사는 "결코 이 사건을 약식절차에서 처리하라든가, 벌금형을 올리든지 내리라든가 하는 등 이 사건의 결론에 대해 어떠한 언급이나 지시가 없었음은 김 판사의 진술에 의해서도 명백하다"며 "김 판사는 사건의 적정한 처리에 도움을 받았다고 진술하고 있는데, (저에 대한) 징계 사유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임 부장판사는 조만간 대법원의 징계에 불복해 소송을 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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