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그리 정치' 미국 중간선거 주요 이슈로

조선일보
  • 정시행 기자
    입력 2018.10.12 03:00

    트럼프, 민주당을 폭도로 몰아… 민주당 "더 터프하게 나가자"
    보수·진보 유권자 "법치가 중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연일 민주당 측을 '성난 폭도(angry mob)'로 몰아붙이면서 '앵그리(분노) 정치'가 막바지에 이른 중간선거의 중요 화두(話頭)로 떠올랐다. CNN의 9일 여론조사에서 보수·진보 유권자 모두 이번 중간선거의 톱 이슈로 '법치(法治)'를 꼽았을 정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브렛 캐버노 신임 대법관의 성폭행 의혹에 분노한 여성들이 지난 4일 워싱턴 의사당에 난입한 일을 계기로 "성난 좌파 폭도들은 통제 불능이며 매우 위험하다"(9일 아이오와 유세) "급진적 민주당 폭도가 범죄와 사회주의를 전파하고 우리가 이룩한 모든 것을 파괴할 것"(10일 펜실베이니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반격한다. 차기 민주 대선 주자로 꼽히는 에릭 홀더 전 법무장관은 "우리가 한 일은 불법이 아니다. 더 터프하게 나가자"고 하고,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민주당이 민주주의를 수호하려면 '힘'이 필요하다"고 했다.

    성난 폭도가 꼭 진보 세력인 것만은 아니다. 2010년 우파 시민단체 '티파티'가 오바마 케어 도입에 항의해 의회에 난입해 당시 여당인 민주당 의원들의 사진을 불태우고 인종차별적 구호를 외쳤던 것도 대표적인 '성난 폭도'들의 시위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지금은 '성난 폭도'를 공격하고 있지만, 당시의 공화당은 "건전한 미국인의 풀뿌리 정치" "표현의 자유"라고 옹호했다. 이 때문에 워싱턴포스트는 10일 "폭도들마저 (진보냐 보수냐에 따라) 평등하지 않다"고 비꼬았다.

    사실 미국 정치사에서 '성난 폭도' '앵그리 정치'는 복잡한 함의를 갖고 있다. 꼭 부정적이지만도 않다. 18세기 영국의 징세에 항의해 독립혁명에 불을 댕긴 이들이 첫 '성난 폭도'라 할 수 있다. 이는 남북전쟁을 거치며 한동안 '흑인 노예, 소외 계층의 봉기'를 뜻했고, 1960~70년대엔 '반전(反戰)주의자의 반항'을 가리켰다. 버락 오바마 정부 들어선 극우 인종주의자가 '화난 백인들(angry white)'로 등장해 성난 폭도의 정의를 또 바꿨다.

    2016년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는 보수 진영의 '앵그리 정치'와 '성난 폭도'에 대해 "저들이 비열하게 나올수록 우리는 품위 있게 대응하자"고 연설했지만, 지금은 공화·민주 양당 모두 "저들이 비열하게 나오면 우리는 부숴버리자"며 벼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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