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 후진국' 한국… 한 회사서 190명 걸렸다

조선일보
  • 홍준기 기자
    입력 2018.10.12 03:00

    작년 환자 3만명 중 27%가 회사원… 기업들 안일한 대처에 계속 생겨
    잠복 환자들 적극 치료 안나서고 확진자 113명은 소재 파악도 안돼

    OECD 회원국 중 결핵 후진국 순위표

    2013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5년 반 동안 서울 서초구의 한 회사에서 결핵 환자가 무려 190명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회사에서 무더기로 결핵 환자가 생기는 것은 선진국에선 극히 드문 일이다. '결핵 후진국' 한국의 현주소라는 지적이 나온다.

    결핵 환자가 쏟아져 나온 지역은 대부분 도심 지역이었다. 11일 김순례 의원이 건강보험공단·질병관리본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 반 동안 서울 강남구에서 2622명, 서초구에서 1736명, 중구에서 1531명의 회사원이 결핵에 걸렸다.

    보건 전문가들은 "한국은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이라고 말하기 부끄러운 '결핵 후진국'"이라고 했다. 결핵 발생률(인구 10만명당 77명)도, 사망률(10만명당 5명)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부끄러운 1위다. 신규 결핵 환자 수가 다소 줄고 있긴 하지만, 본인이 결핵에 감염된 걸 알아도 증상이 없으면 치료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김 의원은 "기업의 안일한 대처, 잠복 결핵을 방치하는 국민 태도, 관리 인력 부족이 겹쳐 있다"고 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신규 결핵 환자 중 회사원이 많다는 점이다. 지난해 정부가 파악한 신규 결핵 환자 네 명 중 한 명(2만8161명 중 7677명·27%)이 회사원이었다. 김 의원이 결핵 환자가 20명 이상 생긴 회사 68곳을 분석해보니, 이 중 70%는 매년 새로운 결핵 환자가 나오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곳에 모여 일하는 사무실 특성상 전염에 쉽게 노출된 것이다.

    결핵 환자가 생기면 신속하게 업무에서 빼고, 반복적으로 결핵 환자가 발생하면 업무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따르는 사업장은 많지 않다. 결핵 환자를 그대로 근무시키다 걸려도 과태료 500만원만 내면 끝이다.

    당장 결핵 증상은 없지만 결핵균에 감염돼 나중에 결핵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 잠복 환자도 많다. 2016년 질병관리본부가 10~60대 2051명을 검사한 결과, 세 명 중 한 명(33.2%)이 잠복 환자였다.

    문제는 국민이 자기가 잠복 환자라는 걸 확인해도 치료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정부가 의료기관·어린이집·유치원·사회복지시설 종사자, 교정시설 수용자, 청소년 및 청년 119만791명을 검진한 결과, 검진 대상자 열 명 중 한 명(13만6903명·11.5%)이 잠복 환자였다. 이 중 치료를 받기 시작한 사람은 4만9000여명이었고, 그중 1만여명은 중간에 치료를 그만뒀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가 민간 의료 기관에 배치한 결핵 관리 전담 간호사는 198명으로, 결핵 증상이 나타난 환자 3만여명을 관리하기엔 역부족이다. 지난해 기준 결핵 전담 간호사 1명이 맡은 환자 수는 146명이었다. 국회 최도자 의원은 "최근 4년간 결핵 진단을 받은 사람 중 113명은 사실상 행방불명 상태"라면서 "전담 간호사 등이 부족해 정부의 결핵 환자 관리에 사각지대가 생긴다"고 했다.

    질병관리본부는 "내년에 전담 간호사 60명을 추가로 채용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그래 봤자 전담 간호사 1명이 결핵 환자 116명을 관리하는 구도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관리 인력이 충분하지 않으면 치료를 중도 포기하기를 반복하는 환자들이 나오는 등 더 큰 문제가 생긴다"고 했다.

    ☞결핵

    결핵균에 의한 감염병으로 기침·가래 등 호흡기 증상뿐 아니라 두통, 허리 통증 등 다양한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핵 환자와 가까이 접촉한 30% 정도가 호흡기를 통해 감염되지만, 감염된 사람 중 10% 정도만 결핵 증상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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