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빼빼와의 산책

조선일보
  • 이린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자
    입력 2018.10.12 03:00

    이린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자
    이린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자
    지난 주말 친구의 애완견 빼빼와 함께 산책을 했다. 친구는 가슴 줄을 늘였다 줄였다 하며 빼빼와 밀고 당기기를 반복했다. 가는 내내 "서!" "그만!" "안 돼!"를 반복했다. 의외로 개와 인간 사이엔 인간이 만든 단어 몇 개만으로도 쉽게 소통이 되었다. 돌아오는 길, 친구는 가슴 줄을 건넸고 나는 처음 다루는 가슴 줄에 종아리가 감겨 몇 번을 뱅뱅 돌았다. 서툰 틈을 눈치챘는지 빼빼는 마음껏 풀밭으로 달려가 코를 묻었다. 나는 "뭐가 그렇게 재밌어?" 하며 기다렸다. 궁금한 게 끝나면 코를 뗄 테니. 뭣보다 빼빼를 자유롭게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친구는 "요즘엔 진드기가 많아서 그렇게 오래 두면 안 돼" 하며 끈을 당겼다. "그게 많이 위험해?"라고 묻자 친구는 강아지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여러 규칙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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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과 빼빼와 친구. 서로를 지키는 연결 고리엔 그렇게 규칙이 필요했다. 다름과 함께 산다는 것은 가슴 줄이 있어야 하는 걸까. 나는 문득 그것이 없다면 빼빼가 친구를 떠날까, 건강과 안전이 보장될까 생각해 보았다. 운동장에 도착하자 친구는 가슴 줄을 풀어주었고 둘은 줄이 없는 자유로움으로 신나게 달렸다.

    나는 괜스레 민망해졌다. 아, 어쩌면 가슴 줄은 통제가 아니라 관계의 '안녕'일 수 있겠구나. 그러고 보니 그동안 살아오면서 나는 가슴 줄에 내 편견을 넣었고 그것으로 내내 불편한 일들을 겪었다는 걸 알게 됐다. 관계의 안녕과 통제 사이에서 난 어떤 것이 두려웠던 걸까. 함께하기 위해 지켜지는 자율, 난 그것을 목줄 사이에 넣어 다시 친구에게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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