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해원의 말글 탐험] [76] 1의 농간

조선일보
  • 양해원 글지기 대표
    입력 2018.10.12 03:11

    양해원 글지기 대표
    양해원 글지기 대표

    방탄소년단이 자기들 노래 제목처럼 '우상(偶像·idol)'이 됐다. 음반 인기며, 공연 열기며, 가장 큰 시장이라는 미국을 들썩였다니…. 세계가 알아준다는 젊은 세대 대중가요에 시큰둥했던 게 겸연쩍었다. '케이팝(K pop)'이 대체 어떻기에 싶어 몇몇 무리를 기웃대다 감탄(感歎) 대신 한탄(恨歎)이 샜다.

    '예전처럼 네게 안겨서 꼭 갇히고 싶어/ 아닌 척을 해 목소리가 떨려도/ 1도 없어 예전의 느낌/ 그때의 감정이 단 1도 없어….'(에이핑크 '1도 없어')

    1도 없다? 무슨 노랫말이 이런가 싶어 인터넷을 들췄다. 우리말에 서툰 어느 연예인이 '하나도 (모르겠다)'를 '1도'라 쓴 데서 비롯했다나. 이때 '하나'는 아라비아숫자 1과 짝이 되는 수사(數詞)가 아니라 명사. 여기 토씨를 붙인 '하나도'는 부정(否定) 표현과 어울려 '전혀' '조금도' '도무지' 같은 뜻으로 쓴다. '(무슨 뜻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느낌이) 하나도 없다'처럼. 이걸 태연히 숫자 1로 바꿔버렸다. 설마, 젊은 층 일부의 언어 파괴 놀이겠지. 이번엔 경악(驚愕)했다. '청와대 관계자' 입에서도 나온 말 아닌가.

    "노벨(평화)상 관련해 청와대가 언급할 내용은 1도 없다." 눈이 의심스러워 더 뒤져봤더니 처음이 아니었다. 지난 4월 김기식 당시 금감원장과 관련한 어느 신문 기사.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청와대 기류에 변화가 없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단) 1도 안 바뀌었다"며 퇴진 가능성을 일축했다.' 아주 사사로운 자리에서 해도 거슬릴 말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으로 거론되는 유력 인사들 (…) 거의 모두가 관심이 1도 없다.' 방송 뉴스 한 대목이다. 어느 시평(時評)은 이렇게 썼다. '냉정함이나 자제력이라곤 1도 없는 트럼프가 가만있을 리 없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를 '1을 보면 10을 안다' 할 판이다.

    방탄소년단은 한류(韓流) 퍼뜨린 공으로 문화훈장 받는다는데. 나라 곳곳 중요한 일 하는 사람들, 사뭇 달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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