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9] '총명함'에 발목 잡힌 중국

조선일보
  •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입력 2018.10.12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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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인은 바람머리 앞에 잘 나서지 않는다. 앞에 닥치는 바람이 뭘 품고 있느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바람을 위기의 요소로 읽어서 그럴 것이다. 그래서 잘난 척하며 앞에 나서는 사람의 행위를 출풍두(出風頭)라고 하며 매우 경계한다.

    중국인의 언어에는 '회색(灰色) 영역'이 발달해 있다. 좋다, 나쁘다를 함부로 입에 올리지 않는다. "좋으냐, 싫으냐?"를 물을 때면 대개 "그럭저럭…괜찮아" 정도의 뜻인 '하이싱(還行)'이라는 표현으로 얼버무린다. 가부(可否), 호불호(好不好), 시비(是非) 사이에서 사태를 더 따져 보고 대응하려는 심산에서다.

    모두 중국인 처세(處世)의 가장 큰 맥락인 중용(中庸)의 흐름이다. 극단으로 향하지 않고 중간에서 제자리를 잘 지키려는 몸가짐 말이다. 아울러 사세(事勢)와 시세(時勢)를 살펴 자신의 이해(利害)를 더 따지겠다는 모략(謀略)이라는 정신세계의 표출이다.

    1978년 개혁·개방 직후 중국 대외 정책의 근간을 이뤘던 도광양회(韜光養晦)가 그렇다. '자신의 장점[光]은 감추고[韜] 단점[晦]을 보완[養]하자'는 뜻이다. 묵묵히 경제 발전을 이뤄 국력을 키우겠다는 자세다. 그로써 중국은 놀랄 만큼의 국력 신장에 성공했다.

    하지만 지난 10여년 동안의 궤적은 많이 다르다. '도광양회'가 '뭔가를 이루자'는 맥락의 유소작위(有所作爲)로 바뀌더니 대국으로 일어서겠다는 대국굴기(大國崛起)로 자리 잡았다. 급기야는 '대단하다, 우리나라[厲害了, 我的國]'로까지 발전했다.

    중용이나 모략은 참혹했던 삶의 현장에서 키운 나름대로의 생존 철학일지 모른다. 그러나 마음의 바탕이 바르지 않으면 중용과 모략은 권모(權謀)나 술수(術數)로 흐르기 십상이다. 그래서 나온 중국 속언이 '총명함은 오히려 총명함 때문에 그르친다[聰明反被聰明誤]'다.

    미국과 유럽연합을 비롯한 많은 국가가 중국의 과도한 자국 중심적 대외 확장을 심각한 경계감으로 바라본다. 중국이 전통의 지혜를 살려 스스로를 진지하게 점검해야 할 때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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