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쿠니 망하게 한다”…일왕 비난한 신사 수장 사임

입력 2018.10.11 16:16 | 수정 2018.10.11 16:17

2차 세계대전 전범 위패가 있는 일본 야스쿠니(靖國) 신사의 수석 신관인 코호리 쿠니오(小堀邦夫·68) 궁사가 아키히토(明仁·85) 일왕을 비난한 사실이 알려져 사퇴 의사를 밝혔다고 11일 AFP, 산케이신문 등이 보도했다. 그는 일본 왕실이 야스쿠니 신사를 외면한다는 이유로 아키히토 일왕을 비난했다.

최근 잡지 ‘주간 포스트’는 코호리 궁사가 지난 6월 비공개회의에서 일본 왕실을 비난한 내용이 담긴 음성 녹음 파일을 입수해 보도했다. 당시 코호리 궁사는 "아키히토 일왕이 야스쿠니 신사를 부수려고 한다"고 말했다.

내년 4월 퇴위하는 아키히토 일왕이 전쟁을 일으킨 과거사를 반성한다는 의미로 ‘순례 여행’을 떠날수록 야스쿠니 신사의 위신이 점점 더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실제로 즉위 이후 단 한 번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일이 없다. 아키히토 일왕은 1989년 왕위에 오른 이후 태국·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중국·하와이 등을 순례 방문하며 일본인 병사 위령비와 함께 상대국 위령비를 참배해왔다.

2018년 8월 15일 일본 극우 단체 회원들이 야스쿠니 신사에서 참배를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아키히토 일왕은 수차례 전쟁을 반성한다는 발언으로 세계에서 호평을 받았다. 지난 8월 열린 제73회 전국전몰자 추도식에서 "깊은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고도 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6년째 일본의 가해 사실을 언급하지 않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그러나 이 때문에 반대로 일본 내에서 우익 세력의 비난을 받고 있다.

코호리 궁사는 나루히토 왕세자의 부인인 마사코 왕세자비도 거론했다. 그는 새 왕실 주인이 될 부부가 앞으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러 오지 않을 것이며, 마사코 왕세자비는 일본 토착 신앙인 신도(神道)를 증오한다고 했다. 신도 신들을 모아 제사 지내는 곳이 신사다.

야스쿠니 신사는 11일 성명을 내고 "코호리 궁사가 회의 중 매우 부적절한 언사를 구사한 게 유출돼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코호리 궁사도 직접 왕실청을 찾아가 자신의 발언을 사죄하고 사임할 의사를 밝혔다. 후임은 이달 말 회의에서 선출된다.

야스쿠니 신사는 2차 세계대전 A급 전범들이 합사된 곳으로 과거 식민 침탈과 침략 전쟁의 역사를 미화하고 있다. ‘일본 우익의 성지’라고도 불린다. 지난 8월 15일 일본의 종전기념일(패전일)인 아베 총리가 2012년 12월 취임 이래 6년 연속 ‘자민당 총재’ 이름으로 공물료를 내 논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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