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들, 싸우다가도 아리랑은 같이 부르죠"

조선일보
  • 양승주 기자
    입력 2018.10.11 03:24

    서울아리랑페스티벌 개막공연 연출 맡은 황호준·김유미 감독
    "恨의 정서 벗어나 춤추고 놀며 신명나는 화합의 무대 만들겠다"

    모두가 따라 부르고 춤출 수 있는 아리랑이 찾아온다. 12일부터 3일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2018 서울아리랑페스티벌'의 올해 슬로건은 '춤추는 아리랑'. '아리랑' 하면 떠오르는 슬픔, 한(恨)의 정서를 뛰어넘어 춤추고 노는 축제를 통해 아리랑의 가치를 재조명할 예정이다.

    황호준(46) 음악감독과 김유미(45) 안무감독이 올해 개막공연을 책임졌다. 총 4장으로 이뤄진 개막공연은 일제 시기, 6·25전쟁, 근대화 시기, 현재와 미래로 구성했다. 황 감독은 "우리 역사를 되짚어 보면 아픈 부분이 많지만, 결국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은 '평화'와 '번영'이 아닐까 한다"며 "과거 아리랑이 슬픔을 치유하는 정서가 강했다면, 이번 공연에선 아리랑에서 신명을 느낄 수도 있다는 걸 전달하려 했다"고 말했다. 그는 각 장의 주제에 맞는 음악을 연출하기 위해 밀양·진도·정선 등 다양한 지역의 아리랑 선율을 이용했다. 김 감독은 춤을 연출했다. "어떤 장에서는 여성 무용수들만, 어떤 장에서는 남성 무용수들만 춤을 춰요. 그러다 마지막엔 모든 무용수가 파란 수건을 들고 다 같이 춤을 춥니다. 모든 갈등과 상처를 씻고 화합한다는 의미를 담았지요."

    서울아리랑페스티벌의 개막 공연을 연출하는 김유미(왼쪽) 안무감독과 황호준 음악감독. 이들은 “시민들이 아리랑을 통해 위로와 기쁨을 얻어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울아리랑페스티벌의 개막 공연을 연출하는 김유미(왼쪽) 안무감독과 황호준 음악감독. 이들은 “시민들이 아리랑을 통해 위로와 기쁨을 얻어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상훈 기자

    두 감독은 각각 국악과 한국무용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들이다. 중앙대에서 국악 작곡을 전공한 황 감독은 국악관현악뿐 아니라 실내악·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의 곡을 작·편곡해왔다. 김 감독은 경남무형문화재 제21호 진주교방굿거리춤 이수자로, 인천시립무용단 훈련장을 거쳐 현재 김유미무용단을 이끌고 있다.

    황 감독은 소설가 황석영의 아들이기도 하다. 그는 "국악을 전공하는 데 아버지 영향이 컸다"고 했다. "초등학생 시절 아버지가 '장길산'을 집필하셨어요. 의적이자 광대였던 장길산에 대해 조사하느라 전통 연희나 음악에 대한 자료를 많이 모으셨는데, 그런 것들을 어깨너머로 보며 국악에 관심을 갖게 되었죠."

    이들은 "그저 전통이라는 이유로 옛것을 지키려는 마음은 없다"고 했다. "저에게 국악은 마치 자주 가는 된장찌개 맛집 같아요. '너, 안 먹어봤어?'라며 데려가서 먹어보고 싶은 느낌이죠." 황 감독 말에 김 감독이 맞장구를 쳤다. "아리랑 역시 그저 옛날 것이라서 가치 있는 게 아니에요. 여전히 많은 사람을 위로하는 힘이 있기 때문에 사랑받는 거죠."

    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아역 배우 김설(7)양의 깜짝 등장.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영화 '국제시장' 등에 출연해 사랑받은 김양은 2장에서 3장으로 넘어가는 장면에서 홀로 '아리랑'을 부른다. 두 감독은 "이 장면에선 일부러 어떠한 반주와 춤도 넣지 않았다"며 "아이 목소리로 부르는 맑고 순수한 아리랑을 들을 수 있다"고 했다. "외국 친구가 '한국 사람들은 싸우다가도 아리랑은 같이 부른다'고 하더군요. 아리랑 축제가 많은 분들께 한 박자 쉬어가는 쉼표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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