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선의 워싱턴 Live] 트럼프 "11월 선거 뒤 美北정상회담"… 비건·최선희, 다음주 빈에서 협상 유력

조선일보
  • 강인선 워싱턴지국장
    입력 2018.10.11 03:01

    트럼프 "제재 해제하고 싶지만 그러려면 北에서 무언가 받아야"

    강인선 워싱턴지국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 시각) 2차 미·북 정상회담은 11월 미국 중간선거 이후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간선거 지원 유세를 위해 아이오와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은 중간선거 이후가 될 것이다. 지금은 선거 유세로 너무 바쁘다"고 말했다. 워싱턴에선 중간선거 이전 미·북 정상회담 불가는 기정사실화돼 있었으나 대통령이 직접 확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니키 헤일리 주유엔 미국 대사의 연말 사임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셔틀 외교'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정상회담 개최 장소와 관련, "싱가포르는 환상적이었지만 우리는 아마도 다른 곳에서 할 것"이라며 "현재 3~4 곳의 장소를 논의하고 있고 멀지 않은 시일에 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은 미국 땅에서, 그들 땅에서 많은 회담을 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쌍방향"이라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미국과 북한을 오가면서 정상회담을 계속 이어나갈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김정은도 지난 6월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정상회담이 여러 차례 이뤄지길 바란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워싱턴의 한 전문가는 그러나 "이런 식의 정상회담은 먼 미래에 가능성이 있을 뿐 당장 이뤄지긴 어렵다"고 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마러라고 별장'에서 회담이 열릴 가능성에 대해선 "김정은 위원장도 이를 좋아할 것이고 나 자신도 좋아하지만 어떻게 될지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정상회담 시기와 장소는 서로 연동돼 있다. 어디서 하느냐에 따라 시기가 달라진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일정, 김정은 위원장의 동선도 고려해야 한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지금으로선 11월 개최도 빠듯해 12월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싱가포르 회담 때 본 것처럼 준비 과정에는 시간이 걸린다"면서 "이 정도 무게의 정상회담을 여는 데는 많은 구체적인 사안들이 논의돼야 한다"고 했다.

    9일 워싱턴의 최고 화제는 헤일리 주유엔 미국 대사의 느닷없는 연말 사임 발표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2차 미·북 정상회담과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이 이룬 '진전'을 홍보하는 데 더 공을 들였다. 4차 방북과 한·중·일 방문을 마치고 전날 밤늦게 귀국한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백악관에서 잠시 마이크 앞에 섰다. 그는 "아직 갈 길이 멀고 할 일이 많지만 이제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목표를 향한 길이 보인다"고 했다. 이번 평양 방문에서 "진정한(real) 진전을 이뤘다"고 했다.

    트럼프도 '진전'을 강조했다. 폼페이오 방북 성과에 대한 워싱턴 일부의 회의적인 시선을 의식한 듯, 트럼프는 "폼페이오가 (김정은과) 훌륭한 만남을 가졌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incredible) 수준 이상의 진전을 이뤘다"고 반박했다. "일부 언론은 이를 정확하게 보도하지 않는다"라며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 장관과 김정은이 주요 사안에 대해 큰 틀을 만들고 실무회담을 하기로 한 것을 중요한 진전으로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다음 주 초 실무협상을 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장소는 오스트리아 빈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을 허용한 것과 관련, "같은 차를 또 파는 것"이란 비판이 나온 데 대해 지난 5월 언론인 참관과 앞으로 있을 전문가 사찰은 완전히 다른 것이라며 "아주 좋은 조치"라고 밝혔다.

    하지만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진정한 진전'이나 'FFVD'를 향한 길이 어디인지는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폼페이오 장관은 "두 나라 앞에 놓인 모든 사안에 대해 김정은과 이야기할 수 있었다"고만 했다. 영변 핵시설 폐기와 사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핵 신고, 종전 선언 등에 대해 김정은과 어떤 논의를 했는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폼페이오는 아시아 순방 중에도 협상 중인 사안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워싱턴의 한 전문가는 "이런 사안들이 폼페이오의 짧은 방북 기간 동안 결정돼 결과로 내놓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2차 정상회담의 성과로 만들기 위해 지금도 막후 협상 중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워싱턴에서 북핵 문제의 극적 해결이나 돌파구에 대한 기대는 식었다. 북핵 문제를 직접 다루는 트럼프 행정부의 일부 고위 관리들도 사석에선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믿지 않는다"고 토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최근 "김정은이 비핵화하겠다고 말했으니 자신이 한 말을 지키도록 압박하고 몰아가는 것이 지금 미국이 하고 있는 일"이라며 "그렇게 해서 북한이 비핵화로 가는 길 입구에라도 발을 들이게 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 전문가들의 반응도 유보적이다. 조셉 윤 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8일 본지 통화에서 "폼페이오 4차 방북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작은 성과를 주고받으며 현재 상황에 만족하는 새로운 균형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이 같은 상태가 '뉴 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다"고 했다. 눈에 띄는 비핵화 진전이 없더라도 정상회담과 친서 교환, 작은 핵 관련 시설 파괴 같은 낮은 수준의 행동 등을 주고받으며 현재 대화 분위기를 지속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 전직 미 외교관은 "북한이 작고 상징적인 것만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폼페이오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를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차라리 잘된 일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대북 제재와 관련, "북한에 대한 큰 규모의 제재가 유지되고 있다"며 "제재를 해제하고 싶지만 그러려면 북한으로부터 무언가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미·북이 내려야 할 결론은 북한이 비핵화를 먼저 하고 제재를 완화하느냐, 아니면 비핵화하는 과정을 보면서 제재 완화를 하느냐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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