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중국 비난이 무역 적자를 넘어 인권유린 실태, 첨단 기술 절취, 중국군의 지정학적 팽창, 미국 중간선거 개입 등 전방위(全方位)로 확대되고 있다. 미 언론과 싱크탱크에선 최근의 미·중 갈등을 "신(新)냉전의 시작"(뉴욕타임스) "제2차 냉전"(월스트리트저널)이라고 규정하기 시작했다. 고대 그리스에서 패권국 스파르타와 신흥 강국 아테네 간에 벌인 전쟁처럼, 미국이 구축한 전후(戰後) 세계질서에 부상(浮上)하는 중국이 도전하면서 두 나라가 결국 전쟁에 빠지는 이른바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중 갈등이 '신냉전' 수준으로 전환했다는 인식은 지난 4일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의 싱크탱크 허드슨 연구소 강연이 계기가 됐다. 펜스 부통령은 직설적으로 중국을 비난하고, 유례없이 "미국은 결코 물러서지 않는다"는 경고까지 했다.

미국에서 '신냉전'을 이끄는 지휘관들은 백악관에서 스티븐 밀러 선임고문과 피터 나바로 무역·제조업정책국장,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행정부에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이다.

이들의 목표는 단지 3752억달러(2017년) 규모인 미·중 무역적자의 해소에 그치지 않는다. "1980년대 글로벌 경제와 안보에서 미국이 누렸던 독보적 지위를 되찾겠다"는 라이트하이저 대표의 표현대로, 미국의 패권을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일대일로(一帶一路)를 비롯한 지난 30년간 중국이 추구한 변화에 대한 미국의 대응은 '실수'였다며, 중국을 '전부 아니면 전무(全無)'를 놓고 벌여야 하는 '제로섬(zero-sum) 게임'의 상대로 본다.

이 중 나바로 백악관 국장은 캘리포니아대(어바인 소재) 경제학 교수 출신으로, 30여년간 중국의 환율 조작과 미 첨단 기술 절취, 불공정 무역 관행을 다루며 '중국과의 임박한 전쟁' 등 3권의 중국 타도 서적을 낸 이론가다. 그가 중국에 대해 사용하는 용어는 매우 과격해, 지난 7일 폭스 TV에서 "중국은 다른 나라의 희생으로 경제를 키우는 기생충"이라고까지 했다.

대선 기간 트럼프의 연설문을 작성했던 스티븐 밀러 선임고문도 백악관 내 대표적인 반중(反中) 이데올로그(이론가)로 꼽힌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밀러는 지난봄 중국 국적의 모든 학생에게 비자 발급을 금지하는 초강경 방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사실상 중국 유학생 전부를 스파이나 첨단 기술 절취범으로 본 것이다. 밀러의 이 구상은 테리 브랜스테드 주중(駐中) 미국 대사가 "중국 유학생이 줄면 미국의 중소 대학들도 타격이 크다"고 극구 만류해 실현되지 못했다.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뉴욕의 로펌 스캐든(Skadden)에서 중국 기업들을 상대로 한 반(反)덤핑 소송을 주로 맡았던 인물이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에 합류하면서 '여단(brigade)'이라 불리는 자신의 참모들을 대거 데려왔다. 폴리티코는 "라이트하이저 여단은 새 냉전의 전투 계획을 수립 중이며 자유무역주의 원칙과 세계무역기구(WTO)가 무너지더라도 미국의 지배를 회복하겠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FT는 "나바로나 라이트하이저 등은 중국 경제와 유대를 끊는 것(decoupling)이 오히려 장기적으로 미국 경제에 유익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지난 6월 "시진핑의 중국은 더 무력적인 형태의 명나라 시절을 모델로 삼으며, 다른 나라들이 베이징에 조아리기를 요구한다"고 비난했다. 미 해군이 다음 달 1주일 내내 남중국해와 타이완 해협에서 항모(航母)와 전함들이 대거 동원된 대규모 군사 시위를 준비한 것도 중국의 도전을 막기 위한 것이다.

애초 미·중 간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경고했던 그레이엄 T 앨리슨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는 4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중국은 이미 구매력 기준으론 미국을 앞질렀다"며 "자국 이익을 보호하면서 중국의 부상을 포용할 수 있는 방안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