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미경] 정보기관 뺨치는 네티즌 수사대 '벨링캣'

입력 2018.10.11 03:01

영국 온라인 탐사 보도 매체, 독살시도 러 스파이 신원 밝혀

지난 3월 영국에서 발생한 러시아 출신 이중 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에 대한 암살 시도 사건의 용의자 2명의 신원이 갈수록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8일(현지 시각) 영국 온라인 탐사 매체 벨링캣은 이들이 군의관인 알렉산드르 미슈킨과 아나톨리 체피카 대령이며, 두 사람 모두 '러시아 연방 영웅상'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앞서 영국 검경이 이들 소속이 러시아 정보기관인 총정찰국(GRU)이며, 가명(假名)이 적힌 위조 여권을 가지고 있었다고 발표한 것에서 한 발 더 나간 것이다. 이 때문에 벨링캣이 정보기관보다 낫다는 말까지 나온다.

벨링캣은 온라인을 기반으로 끈질기게 추적해 새로운 사실을 발굴하는 매체다. 상근자는 5명뿐이다. 이들의 취재 방식은 기존 매체와는 다르다. 유튜브, 구글맵 등에 널리 공개된 자료를 깊이 있게 파고들어 새로운 사실을 찾는다. 유럽판 '네티즌 수사대'라고 볼 수 있다. 여성 속옷 회사에서 일한 적 있던 엘리엇 히긴스(39)라는 영국 남성이 창립자다.

히긴스는 2012년 시리아 내전(內戰)에 관심을 갖고 유튜브를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해서 시리아 정부군이 폭약을 드럼통에 넣은 뒤 자국민들에게 대거 투하한 사건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면서 주목을 받았다. 어떤 언론사보다 빠른 보도였다. 이를 계기로 히긴스는 2014년 벨링캣을 출범시켜 본격적인 탐사 활동에 들어갔다. 벨링캣(Bellingcat)은 유럽의 중세 우화에서 나오는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에서 따왔다.

벨링캣은 2014년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298명이 탑승한 말레이시아 여객기가 격추될 때 쓰인 미사일이 러시아제라는 것을 보여주는 미사일의 일련번호를 찾아내 러시아가 개입돼 있다는 증거를 제시하기도 했다. 올해 4월 네덜란드에서 유엔 화학무기금지기구(OPCW)를 해킹하려다 추방된 러시아인의 신원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러시아 총정찰총국 소속 300여명의 이름, 생년월일, 휴대전화 번호를 한꺼번에 찾아내 러시아 정부의 망신살이 뻗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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