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하나뿐인 풍등 제조업체에 '불똥'… "반품 물량만 1000개… 회사 문 닫을 판"

조선일보
  • 김승재 기자
    입력 2018.10.11 03:01

    "저유소 화재 부른 풍등은 중국산, 국산은 10년 넘게 사고 없었다"

    지난 7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에서 일어난 기름탱크 화재의 '불길'이 광주광역시의 한 영세업체에도 번졌다. 풍등(風燈)이 발화 원인으로 지목되고, 지방자치단체들이 풍등 날리기 행사를 취소하면서 국내 유일 풍등 전문 생산 업체는 문 닫을 처지에 놓였다.

    광주시에 있는 풍등 생산 업체 '아름다운 풍등세상' 대표 하종률(54)씨는 10일 "국산 풍등은 10년 넘게 사고 한 번 없었는데, 싼값에 팔리는 저질 중국산 탓에 사고가 나 사업을 접을 위기"라며 "저유소 화재 때 공개된 풍등도 중국산"이라고 했다.

    고양 저유소 화재 이후 지자체 3곳에서 풍등 주문을 취소하거나 반품했다. 이런 물량이 총 1000개다. 하씨는 "오늘(10일)도 풍기인삼축제 관계자한테서 주문 취소 통보를 받았다"며 "경기도 용인과 여주에는 이미 400개를 배송했는데 반품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다른 지자체들도 풍등 날리기 행사를 계속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씨는 "사고에 대비해 보험도 들었지만 제품 이상으로 사고가 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했다. 추락 위험이 적고 고체 연료가 분리되지 않는 풍등 특허도 냈다.

    하씨는 "하늘로 날아간 풍등이 고체 연료를 모두 태우면 문제 될 일이 없는데, 중국산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 화재 사고가 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중국산은 풍등 몸체를 이루는 종이 두께가 국산의 3분의 1 수준으로 얇아 찢어지기 쉽다"고 했다. 국산은 풍등의 균형을 고려해 고체 연료를 미리 조립해 팔지만 저가 중국산은 소비자가 철사에 연료를 매단다. 그러다 보니 중국산은 풍등이 추락하거나 고체 연료가 떨어져 불이 난다는 것이다.

    하씨 업체는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연간 4만개를 생산했다. 현재는 1만개 수준으로 떨어졌다. 2000년대 후반부터 국내 지자체 축제에서 풍등 날리기가 유행처럼 번지자 저가 중국산 풍등이 수입됐다. 하씨의 제품은 개당 5000원인데, 중국산은 300원부터 1000원짜리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이 고양 저유소 화재 원인으로 풍등을 지목하면서, 풍등은 무조건 위험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하씨는 "풍등을 날리며 행복해하는 사람들을 보는 게 좋아서 사업을 해왔는데, 이젠 진짜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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